월급 아껴 성금 낸 경비원… 전용차 없애고 장학금 만든 총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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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경비원 조동주 씨 “학교 돕고 싶다” 500만원 쾌척
한남대 이덕훈 총장 걸어서 출근하며 4억여원 모아

배재대 경비원 조동주씨(왼쪽)가 김선재 총장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다. 배재대 제공
배재대 경비원 조동주씨(왼쪽)가 김선재 총장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있다. 배재대 제공
17일 오전 8시 20분경 대전 서구 배재대 정문 인근 주차장. 총장 전용차 대신 개인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김선재 총장이 차에서 내렸다. 이를 본 경비원 조동주 씨(73)가 주차장 경비실에서 얼른 나와 김 총장에게 다가가 “드릴 말씀이 있다”며 불쑥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 월급 쪼개 대학에 쾌척한 경비원


“이게 뭔가요?” 김 총장은 순간 당황했다. 조 씨는 “학생들이 많이 줄어 속상하다. 학교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기탁금임을 밝혔다. 그는 “(이 사실은) 총장님과 저만 아는 비밀로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다.

김 총장은 엉겁결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총장실로 향했다. 집무실에서 펼친 봉투에는 5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김 총장은 학교에 이 사실을 알리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음료수를 사들고 조 씨를 다시 찾아갔다. 조 씨는 “학령인구가 줄어 대학이 어렵다는 뉴스를 자주 듣고 있고 경비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실제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학교가 더욱 활기차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대전에서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을 운영하다가 2003년부터 배재대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비실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7차례 학교 곳곳을 순찰하는 일을 해왔다. 간혹 비를 맞고 가는 학생들이 보이면 얼른 우산을 씌워 주기도 했다.

조 씨는 “학교를 돕고 싶다”고 식구들에게 말한 뒤 3년짜리 적금을 들었는데 최근 만기가 됐다. 김 총장은 18일 “학교를 사랑하는 조 씨의 마음이 극진한 데 감동을 받았다”며 “그 뜻을 잘 받들어 더 좋은 대학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 전용차 없애 장학금 만든 총장

한남대 이덕훈 총장은 2016년 취임하면서 총장 전용차를 없애 아낀 예산으로 ‘다니엘 장학금’을 만들었다. 차량 렌트비와 전용 운전사 고용 등에 매년 드는 예산 1억5000만 원을 절약해 지금까지 4억5000만 원을 모았다. 그 대신 그는 집에서 4km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여름에는 땀에 흠뻑 젖기 때문에 배낭에 여벌의 옷을 항상 준비해 다닌다. 업무상 외출이나 출장이 필요할 경우엔 직원들이 이용하는 승합차를 탄다.

사계절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는 한남대 이덕훈 총장. 한남대 제공
사계절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는 한남대 이덕훈 총장. 한남대 제공
다니엘 장학금은 혜택이 똑 부러지는 명품 장학금이다. 소수의 인원을 선정해 4년 등록금 전액과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매년 도서 구입비로 400만 원을 준다. 한남대 대학원에 들어가면 그 혜택이 그대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18명이 혜택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이 총장은 이와는 별도로 해외 출장 시 규정상 허용된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마다하고 이코노미석을 탄다. 이렇게 절약한 예산으로 경비원과 환경미화원들의 단체복을 구입해 주기도 했다. 이 총장은 “걸어서 교정으로 출근하다 보면 학생들과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수 있고 걸으면서 생각하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배재대#한남대#다니엘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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