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산지 7년 보호에 74억원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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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정부 “보안 용도로만 67억, 망명자로서 최소한 규범도 안지켜”
美, 체포 직후부터 인도절차 착수… 스웨덴 “성폭행 수사 위해 송환 필요”
英의원 70여명 스웨덴行 촉구 서한


“1년에 10억 원.”

11일 영국 경찰에 체포된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48)를 보호하기 위해 에콰도르 정부가 지출한 비용이다. 13일 영국 더선에 따르면 호세 발렌시아 에콰도르 외교장관은 “2012년 8월부터 약 7년간 어산지를 영국 런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보호하는 데 500만 파운드(약 74억 원)가 들었다”고 밝혔다. 마리아 파울라 로모 내무장관도 “(돈을 떠나) 어산지가 대사관 벽에 대변을 칠하는 등 망명자로서 최소한의 규범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비용의 절대 다수인 450만 파운드(약 67억 원)는 보안 용도. 약 30만5000파운드(약 4억5000만 원)는 의료·음식·세탁비 등에 쓰였다. 체포한 첫해인 2012년 법률 자문비로도 23만 파운드(약 3억4000만 원)가 나갔다. 에콰도르 정부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어산지가 자신의 생활비를 지불했다”고 했으나 그가 어떻게 돈을 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4일 데일리메일은 어산지가 올해 2월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호화스러운 사생활이 담긴 개인정보를 대량 유출함에 따라 대사관에서 내쳐졌다고 전했다.

이날 어산지의 측근으로 알려진 스웨덴 소프트웨어 개발자 올라 비니도 에콰도르 수도 키토 공항에서 체포됐다. 에콰도르에서 수년간 거주해온 그는 런던 에콰도르대사관에서 최소 12차례 이상 어산지를 만났다고 BBC 등은 전했다. 비니는 일본행 비행기에 탑승하려 했으며 체포 당시 하드디스크 등 최소 30대의 전자 저장장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에콰도르 검찰은 “비니를 해킹 관련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어산지의 신병 처리를 둘러싼 각국의 갈등도 불거졌다. 미국과 스웨덴이 각각 자국 송환을 시도하고 있으며 어산지의 부친은 “고향 호주로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11일 어산지를 체포한 직후부터 인도 절차에 착수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해 “어산지의 인도를 위한 임시 구속영장을 영국 정부에 보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측 이메일을 위키리크스에서 대거 폭로해 대선판을 뒤흔든 사건이 다시 주목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 민주당 측은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해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웨덴 검찰은 “어산지의 2010년 성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스웨덴 당국은 2017년 관련 수사를 종료했으나 그의 체포로 수사 재개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소 시효는 내년 8월까지다. 상당수 영국 정치인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13일 영국 하원의원 70여 명은 그의 스웨덴 송환을 촉구하며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가장 먼저 기소됐다. 그의 성폭행 혐의가 적절히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서한을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에게 보냈다. 제1 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해 영국 정부의 향후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산지의 부친 존 시프턴 씨는 호주 헤럴드선과의 인터뷰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아들의 송환을 요구하겠다. 내가 74세인데 대사관에서 끌려나오는 아들의 모습이 나보다 더 늙어 보여 충격을 받았다. 그를 고향으로 보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들이 출생하기 전 어산지의 모친과 헤어져 아들과 성(姓)이 다르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어산지#에콰도르 정부#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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