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창업, 자금-정보 지원에 용기났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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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 스타트업’ 사업가의 도전

5일 서울 양천구 한 공원에서 스타트업 ‘도시아이와 도토리숲’ 대표 이진화 씨가 이달 말 출간을 앞둔 책 ‘엄마의 3시간’을 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5일 서울 양천구 한 공원에서 스타트업 ‘도시아이와 도토리숲’ 대표 이진화 씨가 이달 말 출간을 앞둔 책 ‘엄마의 3시간’을 들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직서를 낼 때 많이 울었어요. 커리어가 이대로 끝나는구나 싶어서….”

이달 5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진화 씨(40·여)는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둔 순간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2003년 네이버에 입사해 주로 광고 쪽에서 일했다. 2011년 첫딸이 태어났을 땐 출산휴가를 마치자마자 복직했다. 일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 둘을 키우기는 버거웠다. 퇴사를 결정했다.

그런 이 씨가 다시 ‘취직’했다. 지난해 4월 그는 독립출판 스타트업(창업기업) ‘도시아이와 도토리숲’을 차렸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의 ‘서울여성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기 쉬운 도시 아이들에게 자연의 감성을 주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사명(社名)을 지었다.

첫 번째 찍을 책은 이 씨 자신의 워킹맘과 전업주부 경험을 녹인 ‘엄마의 3시간’이다. 원고 작성부터 출판, 유통까지 오롯이 이 씨의 몫이다. 매일 아이들을 재운 뒤 3시간가량 일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출간 일정이 늦어져 이달 말에 나온다. 후속으로 단편동화집과 자신의 남편 이야기를 다룬 ‘아빠의 3시간’도 준비 중이다. 틈틈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경력단절여성들에게 강연을 할 생각도 있다.

박윤지 씨(33)도 서울여성 스타트업을 통해 창업의 꿈을 이뤘다. 박 씨는 맞벌이였던 부모가 일곱 살인 그를 피아노학원에 ‘맡긴’ 덕에 서울대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졸업하고는 모교에서 행정조교로 일하면서 결혼했다. 남편과 고양이와 살던 박 씨도 지난해 사업가가 됐다.

창업기업 ‘라이블라썸’ 대표 박윤지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창업기업 ‘라이블라썸’ 대표 박윤지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 씨가 대표인 ‘라이블라썸’은 결혼, 임신, 출산같이 삶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할 음악을 제공한다. 라이블라썸은 영어 라이프와 블라썸(꽃)의 합성어로 ‘당신의 삶을 꽃피우는 음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고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가사에 박 씨가 곡을 쓰고 편곡한 다음 컴퓨터와 전자키보드로 연주와 악기 구성까지 해 만든다.

박 씨의 사업은 2014년 친구들 취향에 맞춰 ‘불꽃놀이 구경하며 들으면 좋은 음악’ ‘밤에 와인 한잔하며 듣는 음악’ 등을 만들어 선물한 것이 사실상 모태다. 친구들이 매우 좋아해서 사업으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대학원생 신분으로 창업할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서울여성 스타트업은 기회였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서울여성 스타트업 모집 공고를 냈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직장에 다니는 여성 가운데 창업하고 싶은 사람을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박 씨는 지원금 500만 원을 받아 라이블라썸을 차렸다.

이 씨와 박 씨는 창업할 때 첫걸음을 내딛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종잣돈부터 업체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어떻게 운영할지 등 창업의 모든 과정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이 막막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여성 스타트업을 통해 받은 창업 단계별 컨설팅이 큰 힘이 됐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창업#스타트업#사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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