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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쓰면 뭐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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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쓰면 뭐 주는데?

강지남 기자 입력 2019-03-17 13:24수정 2019-03-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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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릉이 ·  주차비 할인 올 연말까지만…

[뉴시스]

#1 가정주부 신모(34) 씨는 신용카드 두 장으로 소비생활을 한다. 하나는 신세계와 제휴한 씨티카드, 다른 하나는 스타벅스 커피 값을 50% 할인해주는 삼성카드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는 씨티카드로 결제해 1000원당 2~3p씩 신세계포인트를 두둑하게 쌓고, 스타벅스에서는 삼성카드로 결제해 매달 1만 원 한도로 제공되는 할인을 꼬박꼬박 챙긴다.

#2 직장인 정모(37) 씨는 요즘 온라인쇼핑을 할 때 ‘네이버쇼핑’을 주로 찾는다. 네이버쇼핑에서 구매할 경우 구매금액의 1~3%까지 적립되는 네이버페이 포인트가 꽤 쏠쏠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쇼핑에서 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로 결제해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포인트와 할인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네이버페이 포인트도 적립하는 것. 이사를 앞두고 여러 물건을 구매한 1월 한 달간 정씨는 2만p 넘는 네이버페이포인트를 쌓았다.

#3 여행을 좋아하는 유모(41) 씨는 10년 가까이 ‘1000원당 1항공마일리지’를 제공하는 신용카드 한 장만 사용하고 있다. 항공마일리지를 모아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보다 한 장의 신용카드만 사용할 때 소비 내역을 파악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의 경쟁 상대는 신용카드다. 현금을 제외한 결제시장에서 신용카드 비중이 78.7%(2018년 기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제로페이 결제로 전환하지 않고서야 승산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은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져 있다. 신용카드사가 주는 각종 혜택도 무시 못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신용카드 전문 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중교통이나 이동통신 요금을 할인해주거나 마일리지 적립·전환율이 높은 카드가 인기가 많다. 알뜰족 사이에선 ‘피킹률’이란 용어가 통용된다. 신용카드 사용액 대비 소비자 혜택 금액 비율을 가리키는 말로, 보통 피킹률이 2%를 넘어야 ‘알짜카드’로 불리며 인기를 누린다. 제로페이가 소상공인 점포 위주로 사용된다고 해도 신용카드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각종 혜택을 제공받는 데 필요한 최소 사용금액 요건을 채우려고, 혹은 최대한으로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쌓으려고 편의점, 식당, 카페에서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제로페이에 없는 여신 기능, 즉 외상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점도 신용카드가 갖는 강점이다.

한 달 새 2배 성장했어도 개인카드 대비 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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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훈 의원의 설명을 들으며 제로페이를 이용해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송기춘 신원시장상인회장, 이 대표, 이 의원. [뉴스1]

시행 첫 달인 올해 1월 제로페이 성적표는 초라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금감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제로페이 은행권 결제금액(은행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1억9949만 원으로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카드) 결제금액 58조1000억 원 대비 0.0003%에 불과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금감원 자료를 보충하고 나섰다. 중기부 집계에 따르면 1월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금감원 집계보다 8000여만 원 많은 2억8272만 원이다. 금감원 집계에는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를 통한 제로페이 결제금액이 빠져 있기 때문. 하지만 중기부 집계로 바꾼다 해도 제로페이 실적은 개인카드 대비 0.0005%에 그친다. 중기부는 제로페이가 2월 이후 “견고한 증가세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한 달간 일평균 결제금액이 1893만 원으로 1월(912만 원) 대비 갑절로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카드 대비 0.0009%에 불과한 수준이다. 개인카드 대비 1% 수준으로 제로페이 결제금액이 성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처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 서울시의 제로페이 확산 의지는 여전하다. 3월 4일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를 검토하겠다”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3월 13일 청와대는 당정청협의회를 통해 올해 일몰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3년 연장하기로 했다). 3월 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종학 중기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이 함께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상대로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을 독려했다. 중기부와 서울시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4월 이후 6대 편의점 및 60여 개 프랜차이즈가 제로페이에 동참해 사용처가 넓어질 것이며,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공영주차장, 문화시설 등에서 제로페이 결제 시 이용료 할인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약속한 ‘제로페이 혜택 프로그램’은 기약이 없거나 한시적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제로페이의 최대 강점으로 강조하는 ‘제로페이 사용 시 소득공제 40% 혜택’은 법안 마련까지 갈 길이 멀다. 올 한 해 열심히 쌓은 제로페이 결제금액을 내년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먼저 누구를 소상공인으로 볼 것인지 규정하고 지원 내용을 열거하는 소상공인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 그래야 이 법을 근거로 제로페이 사용자에게 소득공제 40%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할 수 있다. 소득공제 40%를 향한 1단계라 할 소상공인기본법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올 하반기에나 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여당에서 소상공인기본법 대표 발의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실은 “법안은 3월 내에 발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느 법안이 그렇듯 최종적인 법안 제정 시기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언한 6대 편의점 및 60여 개 프랜차이즈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시기는 일러야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로페이 결제를 포스(POS)기와 연동한 뒤에야 이들이 제로페이 결제를 개시하기 때문이다. 지금 제로페이는 포스기와 연동돼 있지 않아 사용이 불편하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면 소비자는 ①제로페이 결제를 지원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실행 ②개인 비밀번호 입력 ③점포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 스캔 ④결제금액 입력이라는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신용카드를 주고받는 것에 비해 복잡한 것이 사실. 실제 기자가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하려 하자 아르바이트생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사장님이 안 계셔서 제로페이로 결제한 돈이 제대로 입금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기자의 스마트폰 앱에 뜬 결제승인 내역을 꼼꼼히 확인한 뒤 커피를 내줬다.

이 같은 불편을 개선하고자 현재 중기부는 기존 포스기와 연동해 점포 직원이 바코드를 찍으면 결제금액이 자동으로 요청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16개 부가통신사업자(VAN·밴사(社))가 참여해 4월 완료를 목표로 각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밴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소상공인이 부담하지 않고 은행과 간편결제사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제로페이와 포스기 연동 시기에 관해 “정부와 서울시는 4월을 목표로 삼지만 시스템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여 5월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각종 이용료 할인 혜택도 더 기다려야 한다. 서울시는 현재 한강공원 시설 이용료, 시민청 대관료, 서울상상나라 입장료, 서울대공원 입장료, 시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등을 10~30% 할인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 개정을 입법예고한 상태. 4월 말 서울시의회 의결을 거쳐 5월 중에 할인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제로페이를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한 뒤에야 가능하다. 서울시 자전거정책팀 관계자는 “지난해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따릉이 이용료를 할인해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지만, 아직 따릉이 모바일 앱에서 제로페이로 결제할 수가 없다. 현재 시스템을 개발 중인데, 이르면 6~7월에 요금 할인을 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따릉이 할인? 온라인 결제가 안 돼서…

아직 제로페이 온라인·모바일 결제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아 서울시가 약속한 ‘제로페이로 결제할 경우 따릉이 이용료 할인’은 몇 달 더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 할인에 그친다. 홍중식 기자
공영주차장 할인도 미리 등록해놓은 결제수단으로 주차요금이 자동 결제되는 ‘지갑 없는 주차장’으로 시스템이 개편된 다음에나 가능하다. 서울시 주차관리팀 관계자는 “9월부터 온라인으로 제로페이를 이용해 월정기권을 살 경우에만 3% 할인받을 수 있다. 시간제 주차의 경우 9월부터 ‘지갑 없는 주차장’ 시범사업을 하는 7개 주차장에서만 10% 할인해준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공영주차장은 시가 운영하는 곳과 각 구청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나뉜다. 제로페이 할인이 적용되는 공영주차장은 시 운영 공영주차장에 한정된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부 구청은 제로페이 주차요금 할인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러한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을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은 서울시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제로페이 확산을 위해 일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올해 연말 제로페이 사용 실태를 지켜본 뒤 내년에도 할인 혜택을 제공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료 할인을 제공하려면 내년에도 또 시의회 의결을 거쳐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중기부는 온누리상품권 등 지역상품권을 제로페이 포인트로 충전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소비자가 얻는 혜택은 종이상품권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정도다. 최근 온라인쇼핑몰이나 온라인서점 등은 고객이 자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캐시를 충전할 경우 충전금액의 2~5%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추가로 지급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역상품권을 제로페이 포인트로 전환할 경우 추가 포인트를 제공할지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전했다.

“포인트 줄 여력 없다”

제로페이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신용카드나 온라인쇼핑은 포인트 적립, 할인 등 각종 소비자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범위가 좁고 기간도 한시적인 이러한 유인책으로는 제로페이 확산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한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대중교통, 이동통신비, 커피전문점 할인이나 각종 포인트 적립을 선호하는데, 서울 시민 생활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는 서울시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으로는 제로페이 사용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제로페이 취지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고, 은행이나 간편결제사가 제로페이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처럼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부가혜택을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 집계에 따르면 1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통한 제로페이 결제금액이 8798만 원으로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는 16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제로페이 1등을 한 배경에 ‘쇼핑페이 머니’가 있다고 본다. 케이뱅크는 제로페이와 연계한 ‘케뱅페이’를 출시하면서 쇼핑페이 머니 대출을 함께 내놨는데, 이는 최대 500만 원까지 빌린 뒤 케뱅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50만 원까지는 올해 말까지 무이자를 적용한다. 결과적으로 케이뱅크가 케뱅페이에 일부 여신 기능을 도입하자 제로페이 결제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실망스러운 제로페이 실적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은 도입 초기인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소득공제 40%가 확정되면 제로페이 사용이 어느 수준까지는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각각 15%, 30%로 그 차이가 2배로 벌어진 2013년 이래 체크카드 비중은 신용카드가 여전히 대세 결제수단인 가운데서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추세다(그래프 참조). 그러나 간편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만큼 사용처 범위가 넓은 체크카드와 달리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점포 위주로 보급되기 때문에 소득공제 혜택을 많이 주더라도 확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8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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