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영국 엑소더스… 車-금융산업 기반 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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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英서 인피니티 생산중단”… 도요타-BMW 등도 철수 검토
275개 금융사 거점 이전 계획

영국이 브렉시트를 두고 갈피를 못 잡는 동안 글로벌 기업들의 영국 탈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부터 영국 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던 자동차 산업이 가장 먼저 삐걱거리고 있다.

일본 닛산 자동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영국에서는 고급 차종인 인피니티 생산을 중단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닛산은 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엑스트레일’ 신모델의 영국 내 생산 계획도 공식 철회했다. 닛산 측은 “글로벌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브렉시트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닛산 영업이익의 30%가 타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산뿐 아니라 자동차업계 전체가 영국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노딜 브렉시트를 경계한다. 별다른 합의 없이 브렉시트가 진행된다면 영국 자동차업계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입 관세 10%를 부과받기 때문이다. 일본 혼다는 2021년까지 영국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지난달에 발표했다. 일본 도요타와 독일 BMW, 미국 포드 등도 향후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 생산시설 철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금융의 중심지라는 런던의 위상도 급격히 하락했다.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민간 연구기관인 뉴파이낸셜이 최근 런던 소속 금융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75개 금융회사들이 기업 거점을 아일랜드 더블린이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EU의 다른 지역으로 옮겼거나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로써 9000억 파운드(약 1334조5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과 5000명의 일자리가 영국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영향은 영국에만 제한되는 게 아니다. 영국 교역의 절반(2017년 49%)을 차지하는 EU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한국도 브렉시트로 인한 홍역이 예고된 상태다. 교역액 규모가 작더라도 영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저개발국들은 국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485달러(약 168만 원) 정도로 빈곤국에 속하는 캄보디아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독일개발연구소(GIE)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수출품의 약 7.7%를 영국에 수출해 온 캄보디아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수출의 5%가 감소하고 GDP가 최소 1%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GIE는 아프리카 말라위, 에티오피아 등도 큰 타격을 입고, 그 결과 세계 극빈인구가 170만 명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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