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우신]생물자원 확보 경쟁, 동남아를 잡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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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최근 전 세계 72개국에서 홍역이 발생하고, 일본과 홍콩에서는 인플루엔자가 유행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10여 년 전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치자 치료, 예방 약품에 관심이 높아지던 상황이 떠오른다. 당시 주목받은 백신 타미플루가 향신료 ‘팔각 식물’의 추출물, 즉 ‘생물자원’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생물자원의 활용은 의약품뿐만 아니라 농업, 화학, 정보기술(IT) 등 기술융합 분야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처럼 바이오기술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2013년의 330조 원에서 2020년 63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따라 생물다양성의 실질적, 잠재적 가치는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타결되면서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가 공인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전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54%로 높다. 특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은 자국 생물자원의 유출을 막고 이익 재분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계에 경제적 부담과 원활한 원재료 수급의 문제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의 생물자원을 연구하고 보전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 파괴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응 역량도 부족하다.

새로운 생물자원의 발굴과 확보가 필요한 우리나라는 전략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활용을 위한 전문 인력과 교육 프로그램을 이들 지역의 국가에 제공하고,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협력국가에서 확보한 유용한 생물종을 연구하고 산업화해 국내 바이오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2009년부터 해외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 해외 6개국으로부터 생물소재를 확보하고, 공동 특허출원, 교육 프로그램 제공, 나고야 의정서에 기준한 이익 배분 등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는 메콩강 주변의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태국 등 당사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메콩강 생물다양성 센터’(가칭)와 같은 기구를 설립해 ‘신남방정책’과 상호호혜의 원칙을 지키면서 이 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인력 양성, 생물자원 활용 등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홍역#인플루엔자#바이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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