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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황태호]미세먼지처럼 스며드는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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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황태호]미세먼지처럼 스며드는 샤오미

황태호 산업1부 입력 2019-03-13 03:00수정 2019-03-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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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호 산업1부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중국 샤오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샤오미의 공기청정기 ‘미에어’ 시리즈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기간, ‘에어웨어’ ‘에어팝’ 등의 이름을 단 샤오미의 마스크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20배 가까운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공기청정기(전자기기)와 마스크(위생용품)를 동시에 내놓는 브랜드는 지구상에서 샤오미가 유일하다. ‘대륙의 만물상’이라는 별명처럼 샤오미의 제품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휴대전화나 TV, 공기청정기, 청소기, 에어컨 등 정통 가전제품을 넘어서 휴대용 보조배터리와 전동칫솔, 면도기, 커피포트 등 소형 가전 및 주변기기, 전기자전거와 전동스쿠터 등 퍼스널 모빌리티기기, 심지어 선글라스와 어린이용 완구, 침대 매트리스, 손 세정제까지 있다.

주요 전자제품을 제외한 잡화들은 대부분 샤오미가 투자했거나 인수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공통점은 샤오미 브랜드와 샤오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컨트롤, 그리고 가성비다. 샤오미는 거대한 ‘제조 생태계’인 셈이다.


이런 유형의 기업은 전례가 없다. ‘매트리스를 만드는 삼성전자’, ‘선글라스를 파는 LG전자’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레이쥔(雷軍·샤오미 창업주)의 의도를 짐작해보면, ‘24시간 내내 샤오미를 쓰게 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마치 구글처럼. 구글이 온라인에서 검색과 이메일, 전자상거래, 자율주행차 플랫폼까지 모든 서비스를 품으려 하는 것과 같이 샤오미는 오프라인, 사람들의 실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모든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이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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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샤오미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만이 아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싸워왔던 수많은 일상용품 제조사들도 샤오미가 경쟁사다. 샤오미는 브랜드 경쟁력 없이 가격만으로 승부하던 ‘싸구려 중국산’을 넘어섰다. 휴대전화나 공기청정기 등에서 보여준 만만치 않은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 이제 국내 소비자들은 샤오미 제품의 성능이 나쁠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거실 전면에 ‘미(mi)’ 로고가 새겨진 가전제품을 놓는 것이 인테리어에 마이너스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샤오미는 아직 한국에 법인도, 대리인도 없다. 하지만 한국인의 일상 속에 마치 미세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드는 중이다. ‘해외 직구’와 ‘온라인 총판(판매대리점)’이 그 경로다. 국내 수많은 중소 제조사들은 샤오미에 ‘골목상권 침해’라거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도 할 수 없다. 만약 샤오미가 국내 특정 제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도 마땅찮다. 비판하거나 조사, 제재할 수 있는 조직도 대리인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샤오미와 싸울 준비가 돼 있는가.


황태호 산업1부 taeho@donga.com
#미세먼지#샤오미 공기청정기#미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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