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내던져 여성인권 세계에 호소”…김복동 할머니 3일째 조문행렬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31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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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안부 장관 “일본, 희생자들 절규에 응답해야”
‘허스토리’ 출연 김희애, 일반시민 조문도 이어져

지난 28일 암으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사흘째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낮 12시20분 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김 장관은 조문 뒤 취재진과 만나 “김 할머니가 한국 현대사에 던진 죽비와 같은 깨침이 있었다”며 “(스스로) 모든 걸 드러내며 일제 하에서 유린당했던 우리 여성인권 문제와 종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 인류에 호소하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김 장관은 “저희들이 제대로 뒷받침해드리거나, (할머니의) 가치를 제대로 제도화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있다”며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일본 지도자들이 고인 같은 희생자들의 절규, 또 도덕적 회개 요구에 성실히 답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낮 12시8분 쯤 국방부 관계자들과 함께 조문했다. 서 차관은 “국방부는 본연의 임무 수행은 물론, 국민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군인권센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제 강점하에서 일본군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벌인 범죄행위인데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들은 김 할머니를 아직 조문하지 않았다”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비슷한 시각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했던 배우 김희애씨와 민규동 감독도 빈소를 방문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정부와 싸웠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關釜)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오후 2시2분 쯤 빈소를 찾은 한완상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뉴스1과 만나 “패권국가의 권력이 우리민족을 짓밟았다”며 “김 할머니의 아픔은 개인의 아픔이 아닌, 일본제국주의의 모든 아픔을 대신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할머니의 육체는 죽었지만, 마음과 영혼을 망가뜨린 일제 폭력에 평화운동을 하신 김 할머니의 정신과 삶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도 오후 2시36분 쯤 김 할머니를 조문했다. 주 관장은 “한 분 한 분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빨리 이 문제가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을 통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조문온 이들은 나비 모양의 메모지에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할머니의 행적이 담긴 전시물을 보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대학 총학생회를 같이하는 친구들과 왔다는 성준형씨(22)는 “중학교 때 정기적으로 수요집회에 참석하다가 고등학교 때는 많이 못갔는데, 고1 때 간 수요집회에서 김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뵀다”며 “(피해)사실 자체를 알리려는 김 할머니의 의지에 감탄했었는데 이렇게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안타까워했다.

진주에서 올라온 조문객도 있었다. 김영훈씨(37)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열심히 알리다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꼭 한번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남은 우리만이라도 잊지말고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들, 생각하신 것들, 잘 이어받아 해 나가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 나가노현에서 온 와타나베 히로시게 신부(55)는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용서하고 싶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일본 정부가 할머니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게 안타깝다”며 “일본 사람으로서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노란 삼베로 지어진 전통상복을 입고 대나무 지팡이를 짚은 이후용씨(79)가 ‘침략자 일본 속죄하라. 고히 잠드소서’라는 손 팻말을 든 채 빈소에 들어섰다.

이씨는 “상주 없이 억울하게 가시는 애국자를 지키러 왔다”며 “나라가 약해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한도 풀지 못하고 가신 김 할머니가 너무 불쌍하고 가엾다”고 슬퍼했다. 이씨는 조문 후 빈소를 나와서도 바닥에 주저 앉아 “아이고 원통해서 어떻게 눈을 감으셨습니까, 다 잊고 편히 잠드소서”라며 약 15분 간 곡소리를 냈다.

2월1일에는 김 할머니의 발인이 있을 예정이다. 오전 6시30분에 발인식을 가진 뒤 오전 8시30분부터 서울광장~일본대사관을 거쳐 노제를 지내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영결식이 엄수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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