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노리는 외국계 석유회사…업계 판도 변화있을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9일 10시 18분


코멘트
외국계 석유회사가 한국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국내 정유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덩치가 큰 산업 특성상 당장 시장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원유 도입 전략을 놓고 업체간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결정하며 정유 4사 중 대주주가 외국계가 아닌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날 아람코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매각(프리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할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며, 아람코는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에쓰오일은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와 쌍용양회의 50대 50 합작 투자로 설립된 한이석유를 모태로 한다. 아람코는 1991년 쌍용양회가 보유한 쌍용정유 지분 35%를 인수한데 이어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되자 지분 28.4%를 추가로 샀다. 2015년에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에쓰오일 주식 3198만주를 전량매수하며 지분율을 63.41%로 끌어올렸다.

GS칼텍스도 태생부터 외국 자본이 들어왔다. 이 회사는 GS(옛 럭키금성)와 호남정유 외에 미국 석유회사인 셰브런과 텍사코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합작법인 칼텍스가 50% 출자하면서 만든 합자회사다.

국내 정유업계는 외국계 영향력이 커지는 점에 주목하며 원유 수급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람코 등 외국계가 원유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유 사업에 투자하는 만큼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업체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대체로 대주주의 영향력은 원유 수입선에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은 사실상 원유 수입 물량의 100%를 아람코로부터 들여온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아람코의 지분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의존도는 낮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우디 원유 수입 증가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40.6%) 등 오일뱅크의 현 사업구조를 높게 평가한 만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시각이 중론이지만 원유 시장 상황에 따라 기조는 달라질 수 있다.현대오일뱅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남미산 원유 수입 비중이 10%대로 높다.

미국 석유업체 셰브론이 지분을 보유한 GS칼텍스는 미국산 기름이 한국 땅을 밟은지 3년여 밖에 안 돼 아직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는 석유를 전략물자로 구분, 2015년까지 수출을 금지해왔다. 일단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여타 중동국가 대비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등 지배구조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계 석유회사 투자의 이익 기여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장기 원유 도입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은 가능하지만 선택지가 제한돼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변동성이 큰데다 각 회사마다 최적화 공정도 달라 외국계 석유회사가 국내 정유업계에 미치를 득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람코 등 외국계가 정유 사업에 투자하는 만큼 수급 전략을 세우는 게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