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작년 인공강우 실험 결과 왜 공개 안하나…비용대비 효과 의문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9일 09시 57분


코멘트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해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12차례나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서도 그 결과조차 아직까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과연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번에 수천만원이 드는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정확한 판단없이 그저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재난’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자 세금만 퍼붓고 환경파괴 우려도 감안하지 않은 채 인공강우 실험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9일 기상·환경당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뭄에 대비할 목적으로 지난 1963년 드라이아이스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 1996년 요오드화은을 활용한 지상 실험과 2002년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한 항공 실험도 감행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험은 2017년 말 기상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기상항공기를 띄워 총 12차례 실험하는데 10억4000만원을 썼다. 그러나 구름과 강수입자 변화를 포함한 분석 결과는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올해 첫 실험을 감행하고선 사흘 만에 1차 결과를 공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다가 지난해 실험 결과 발표 없이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올해 8억8900만원을 들여 총 15차례 실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초 10억여원을 신청했지만 실험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혈세만 낭비한다는 지적에 부딪혀 예산이 깎였다. 인공강우 실험을 위한 살포 물질이 생태계 파괴나 더 큰 환경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최근 급격히 심해진 미세먼지에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저감 대책을 강구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인공강우 실험을 강행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인공강우 물질 살포 전과 후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측하는 방식의 연구를 병행했다.

이번 역시 별 성과없이 끝났다. 구름 내부에 강수 입자의 크기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기상 선박이나 지상 정규 관측망에서 비나 눈은 관측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공강우에 따른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진행될 14차례 실험도 미세먼지 연구와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상보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합동실험을 계속 할 생각”이라며 “기존 해상의 기상관측선과 내륙의 도시대기측정소를 활용하므로 예산이 더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종철 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장도 “올해 예산 범위에서 실험을 운영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인공강우 기술 실용화와 함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입증해 낼 추가 연구를 하려면 내년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강우 실험은 활발하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6.8년 앞선 인공강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과 태국은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을 이미 시도한 바 있다. 계속된 실패에도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인공강우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현재로선 인공강우 실험이 비용 대비 효과가 미흡할 지 모르나 기상산업이 진일보하고 기후변화에 맞서려면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취지는 이해하나 효과 입증 없는 연구는 혈세만 축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미세먼지 대책위원회 위원인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제안 자체가 비경제적·비과학적”이라며 “7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2년까지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2014년 대비 30% 저감하겠다는 미세먼지 종합대책(5개년)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부처별·대책별 배출 저감 이행평가 과정에서 부족한 원인 분석과 보완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