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양→학대→추방…“위법한 입양, 국가가 위험 방치했다” 소송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4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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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9년 미국으로 입양돼 각종 학대를 겪다가 성인이 돼 우리 나라로 강제추방된 남성이 “위법한 입양으로 인해 아동학대 등 위험에 방치됐다”며 국가와 당시 입양 알선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미국 입양인 신모가 대한민국과 알선기관인 H복지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24일 밝혔다.

신씨가 미국으로 입양되고, 현지에서 파양을 겪거나 학대받는 등 고통을 받게 된 배경에는 국가와 알선기관 측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민변에 따르면 신씨는 1979년 H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하지만 현지에서 변심으로 파양 당했고, 이후 시설과 위탁가정을 전전하다가 다른 가정에 다시 입양됐으나 다시 아동학대 피해에 노출됐었다고 한다.

여러 곳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신씨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가 없었고 2016년 11월17일에는 한국으로 강제추방 됐다.

이후 신씨는 자신이 미국에서 겪었던 파양과 여러 학대적 상황, 시민권 미취득, 강제추방, 가족(아내와 자녀)과의 분리로 인한 고통 책임이 국가와 H복지회 측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 측은 “알선기관은 해외입양을 추진할 당시 신씨에게 친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허위 호적을 만들어 미국에 입양보냈다”며 “이는 입양절차를 간소화하고 고아를 선호하는 입양부모들의 선호도에 맞춰 쉽게 미국으로 입양보내기 위해 만연했던 관행으로 당시 형법 및 입양 관련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는 이런 위법행위에 대해 어떠한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양부모를 대신해 입양 절차를 전적으로 대행할 수 있는 위헌·위법한 ‘대리입양제도’를 법적으로 설계, 허용했다”며 “대한민국은 알선기관의 위법한 입양에 조력함으로써 해외 입양 아동들을 아동학대 등 위험에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한민국과 알선기관은 미국으로 입양 보낸 신씨에 대한 사후 관리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면 조치해야 할 법적 의무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신씨는 40여년 만에 살던 곳에서 강제로 가족과 이별을 당하고 주거지를 이전 당하는 강제추방을 겪어야 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이번 소송은 단순히 개인의 고통에 대한 배상만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한국의 해외입양제도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사법적으로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제기된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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