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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만난 정의용 “1조원 넘어가면 국회 통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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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만난 정의용 “1조원 넘어가면 국회 통과 어렵다”

신나리 기자 , 홍정수 기자 , 한기재 기자입력 2019-01-23 03:00수정 2019-01-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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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갈등]美 ‘10억달러-1년 유효’ 최후통첩
킹 목사 기념관 찾은 트럼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한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연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를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21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을 맞아 워싱턴에 있는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 유효기간 1년으로 하자.”(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1조 원 이상, 1년은 안 된다. 총액은 9999억 원으로 하자.”(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를 찾은 해리스 대사가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미 측 최종안을 제시하자 정부는 벌집을 쑤신 듯했다. 같은 달 11∼13일 열린 그해 마지막 분담금 협상 10차 실무협의가 종료된 지 보름여 만이었다. 해리스 대사는 “최소 10억 달러”를 요구했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다른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국회를 찾아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 ‘1빌리언 vs 1조’ 사이 끝장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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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차례 협의에도 연내 타결이 어려워지자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라는 카드를 꺼냈다. 첫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안인 16억 달러(약 1조8015억 원)보다는 줄었지만 10억 달러 아래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다시 협상하자고 했다. 이를 접한 정 실장은 해리스 대사에게 “1조 원을 넘기면 국회 통과도 어렵고 국민 설득도 쉽지 않다”며 9999억 원을 역제안했다. 지난해 분담금인 9602억 원보다 4.1% 증액된 금액이다. 앞서 10차 협의에서 미 측은 12억 달러(1조3600억 원)에 유효기간 1년을 제안했고 한국 정부는 거부했다.

1빌리언(10억) 달러 대 1조 원이란 딱 떨어지는 액수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정부 관계자는 “미 측은 달러를, 우리는 원화를 기초로 전략을 짜다 보니 거기서 오는 간극이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한국이 요구한 분담금 상한선 1조 원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6년 전 9차 분담금 협상 때도 1조 원을 넘기느냐 마느냐가 관건이었다.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와 독일 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은 20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1조 원은 ‘심리적 장벽(psychological barrier)’”이라고 표현했다. 이 의원은 “1조 원을 넘긴다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협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의 증액안 언저리에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일각에선 분담금을 1조 원 이상으로 조정하도록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는 설도 나온다. 국회 외통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도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막는 게 제일 중요하다. 최대한 격차를 줄여야겠지만 정 안 된다면 강 장관이 보고한 미 측 요구액을 대승적 차원에서 (제지하지 않고) 비준동의 과정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유효기간 1년은 타협 불가

정부는 무엇보다 현재 5년인 협정 유효기간을 1년으로 바꾸자는 미국의 요구는 도저히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1년으로 하면 10차 분담금 협상이 타결되고 국회 비준동의를 받더라도 곧장 내년부터 적용될 11차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분담금을 1조 원에서 약간 상향조정하는 대신 유효기간을 최소 3년으로 하는 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부 당국자는 “더 이상의 실무 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현재로선 추가 협의는 물론 고위급 협의도 당장 계획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한미 정상 간 담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위험성도 높아 ‘최악의 시나리오’란 지적이 많다.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돈 문제는 윗선으로 올라갈수록 밀린다. 정상 간에서 풀 수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만약 정상 간 협의가 결렬되면 봉합이 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방위비분담금 총액에 합의하는 게 제일 좋지만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1년짜리 임시 합의라도 하는 게 좋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를 고민할 시간을 벌어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한기재 기자
#해리스 만난 정의용#1조원 넘어가면 국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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