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진퇴양난에 빠진 英 메이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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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브렉시트(Brexit)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는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합니다. 브렉시트 방식을 놓고 진행된 영국-EU 간 협상안이 15일 영국 하원에서 부결됐습니다. 야당인 노동당은 즉각 내각 불신임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306 대 325, 불과 19표 차로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테레사 메이(사진)의 집권 보수당은 가까스로 정권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메이 총리는 재협상 등의 ‘플랜 B’를 말하고 있지만 EU가 영국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 회원국의 추가 이탈을 우려하기 때문이지요. 이 경우 영국은 3월 29일부로 아무런 협상 없이 EU를 떠나게 됩니다. 이를 노딜(No deal) 브렉시트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노동, 상품, 자본, 서비스 등의 자유로운 이동이 막히면서 영국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유럽과 신흥국에 연쇄적 피해가 확산될 것을 우려합니다. 재협상 외에 메이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에는 조기 총선과 국민투표 등의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촉박해 진퇴양난입니다.

영국은 왜 EU를 떠나려고 할까요? 2012년 말경 영국 내에서 연간 15조 원에 달하는 EU 분담금과 이민자 수용 등으로 지나치게 높은 의무를 진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이민자에 의한 일자리 불안,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도 쌓여갔습니다. 특히 저소득층과 대영제국 향수를 지니고 있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브렉시트를 지지했습니다.

당시 집권당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은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브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는 EU 잔류를 원했지만, 당내 탈퇴파를 잠재우고 극우 정당으로 쏠리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속셈이었지요. 2016년 6월 23일 국민투표 결과, 부결을 확신했던 캐머런 총리의 예상을 깨고 찬성 51.9% 반대 48.1%로 브렉시트가 결정됐습니다. 캐머런 총리가 사퇴하고 소극적 EU 잔류파인 테레사 메이 총리가 총대를 메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브렉시트는 보수당에 정치적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온건파인 메이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강경파의 반발에 부딪힙니다. 영국이 EU와 관세 동맹에서 완전 분리되는 것을 원하는 강경파는 합의 내용 중 북아일랜드를 EU 단일시장에 남긴다는 조항, 그리고 EU를 탈퇴하더라도 일정 분담금을 지불하며 무관세 등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의 입장에 반대합니다.

메이 총리는 2017년에 실시한 초기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잃고 맙니다. 현재 영국 의회는 온건파, 강경파, 그리고 EU 잔류를 원하는 반대파로 나뉘어 혼돈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브렉시트는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운영되는 EU 안에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낀 영국인들의 선택입니다. 세계화의 과실이 고루 돌아가지 않고 불평등이 확대된 것에 대한 반작용이 브렉시트의 본질입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세계화에 앞장섰던 선진국에서 반세계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저소득층 노동자 보호에 실패한 각국 정부 앞에 장차 세계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엄중히 묻고 있습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영국 브렉시트#메이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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