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김용균 없도록”…비정규직 1000인, 靑 앞서 하룻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8일 22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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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발전소 김용균’이 나오지 않도록 투쟁합시다. 인간의 생명이 자본의 이익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 건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합시다. ”

18일 청와대 앞 비정규직들이 모여 고(故) 김용균 사망사건 해결에 연대의 뜻을 모았다.

‘청와대로 향하는 1000인의 김용균들’은 이날 오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우리가 김용균이다’라는 이름의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보험설계사 오세중씨는 “현재 약 250만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본이 만든 ‘비정규직, 특수고용직’이라는 틀을 깨고 사람의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체제에 맞서 함께 연대 투쟁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를 잡은 유홍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지회장은 “우리나라 법에는 불법 파견이 금지돼 있는데 우리들은 비정규직으로 있고 김용균 노동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돌아가셨다”며 “이 투쟁을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앞에는 350여 명이 모였다.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비록 오늘 우리는 1000인의 김용균의 마음으로 모였지만 1000명을 모으지는 못했다”며 “더 힘차게 투쟁을 결의하면서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하며 ‘끝까지 버틸테니 도와달라’했던 그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들은 문화제를 마친 뒤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새운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오전 11시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로 향할 계획이다.
오후 5시에는 서울 종로구 전태일 동상 앞에서 김용균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의 결의대회가 개최됐다.

마이크를 잡은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청년 전태일의 외침에 우리 사회가 함께한 시간이 50년이나 됐지만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잔인한 사회가 됐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00만이 넘을 정도로 넘쳐나는 사회가 됐다”고 개탄했다.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 부분회장은 “고용노동부는 태안화력이 1000건도 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발표했지만 원청은 벌금만 물고 풀려날 것”이라며 “1970년대 평화시장 노동자들과 2019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법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김춘심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죽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한다”며 “또 비정규직 악법을 없애고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제대로 싸우지 않는다면 10년, 20년 뒤에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28년이 지나서야 산업기준법이 바뀌었다”며 “공공기관이라도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1박2일 투쟁은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구의역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는 ‘구의역 김군들’과 ‘김용균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교통공사노조, 발전비정규직, 비정규직100인대표단 등 청년 200명은 “위험의 외주화, 1100만 비정규직 양산은 결국 구의역에서 19살 김군을 죽이고 발전소에서 24살 김용균을 죽였다”며 “얼마나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의 동료인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 지회장은 3년 전 김군이 열차에 치여 머리가 깨지고 온몸이 으스러진 채 죽어야 했을 때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이게 뭐냐“고 규탄했다.

김용균씨의 동료인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 이준석 지회장은 ”김군이 사망한 이 자리에 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저희 동료인 김용균에게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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