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산업, 스마트船 개발 늦어지면 대형 하청으로 전락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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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6일 0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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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원바탕으로 대형 3사 공동개발 나서야”
유럽 기자재 업체에 대량 로열티 지급할 수도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스마트 선박 시스템을 장착한 선박의 조타실(현대중공업 제공) © News1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스마트 선박 시스템을 장착한 선박의 조타실(현대중공업 제공) © News1
조선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스마트 선박’ 개발에 국가적 지원과 함께 국내 업체 사이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스마트 선박 개발이 늦어질 경우 한국 조선사들이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스마트 선박 개발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마트선박은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돼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동 운항이 가능한 선박을 일컫는다. 그동안 조선업계에서는 한국 조선소들이 선박 건조에 있어 가장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스마트 선박의 상용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대해 해외경제연구소는 “기술 개발에서 유럽에 비해 늦은 진행을 보이고 있어 이를 타개할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스마트 선박 개발이 늦어질 경우 기술과 시스템을 보유한 거대 기자재 기업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경고했다.

◇유럽업체 기술개발 선도해…“법률·제도 등도 동시에 연구”

연구소는 유럽에서 전자기자재에 대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기술개발이 늦춰질 경우 국내 조선소들은 최고의 건조 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예로 유럽연합은 2012년부터 3년간 380만 유로를 투입해 ‘MUNIN(maritime unmanned navigation through intelligence in network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2개의 연구기관과 3개 대학, 8개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10개의 과제를 공동연구 했다. 이외에도 유럽은 다양한 기업과 연구기관, 펀드 등의 지원으로 스마트 선박 개발을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연구소는 선박용 전자기자재 업체인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에 주목했다. 콩스버그는 스마트 선박 개발에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스마트 선박 개발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 중 하나인 롤스 로이스 커머셜 마린(Rolls-Royce Commercial Marine)을 인수하기도 했다.

연구소는 “콩스버그는 향후 스마트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며 신조선 시장의 주도권을 지닌 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라며 “세계 1위의 한국 조선업계가 작은 규모의 기자재 업체에 불과한 콩스버그에 종속적 관계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연구소는 유럽 경우 스마트 선박 개발에 있어 기술뿐만 아니라 법률, 제도, 안전규정 등 모든 관련 부문에서 연구가 동시에 수행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직접적인 기술 개발 이외의 제반 환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조선 3사 별도 개발 진행…“폭 넓은 협력 필요”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경우에도 회사별로 스마트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체 간 협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세계 1위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울산대학 등과 함께 스마트 선박 개발에 착수해 첫 선박을 건조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친환경, 안전운항, 연료 효율성에 중점을 둔 스마트 선박 2.0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자체적인 스마트 선박 솔루션인 ‘인텔리맨십’을 개발해 2018년 이후 계약된 모든 선박에 장착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의 스마트 선박 기술은 원격 모니터링 단계를 완료해 상업화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후 원격 제어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독자적인 스마트 선박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은 지난해 네이버 인텔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스마트 선박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영국의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스마트 선박 사이버 보안 기술의 기본 승인 단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연구소는 3사 중심으로 스마트 선박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적 지원이 미흡하며 국내 업계와 기관들 사이에 폭넓은 협력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국적선사들의 연구와 프로젝트 참여가 없고, 법률과 제도적 과제에 대한 연구가 부재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특히 연구소는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모든 경재국 들이 국가의 주도나 지원 하에 다양한 기관들의 협력하며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구소는 “국가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영세 기자재업계, 중형 조선업계 등은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마트 선박 공동 개발을 위해 지난 2016년 3사가 모여 논의했지만 서로 각자의 플랫폼을 쓰자고 주장하다가 결렬이 됐다”라며 “지난해에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이 중심으로 스마트 선박 건조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으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양 연구원은 지난해 4월과 11월 정부가 조선업 재건을 위한 지원 정책을 발표하며 스마트 선박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지원한다는 원칙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핵심 기술 선도 못하면 로열티 부담 안아야

한국 조선소들은 최근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을 선도하지 못해 결국 유럽 기자재 업체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LNG운반선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형 조선 3사는 전 세계 발주된 LNG운반선 76척 중 66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1척당 선가의 5%(약 100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LNG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회사에 지급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한국 조선소들도 독자적인 화물창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발주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발주하기 때문에 이미 입증이 된 기술 외에 새로운 기술을 선택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스마트 선박 시장에서도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과 개발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 연구원은 “일단 개발을 진행할 예산 자체가 없다”라며 공동 개발을 위한 예산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대학, 연구기관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국책과제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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