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 피난가듯 실내로만…“잿빛하늘 무섭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3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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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 보러 1시간 정도만 나와 있으면 돼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 후회되네요. 밖에 나오자마자 목이 텁텁하고 따가운 게 느껴져요.”(최모씨, 38세)

미세먼지의 공포가 수도권을 덮친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최씨는 짧은 대화에도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목을 감쌌다.

최씨는 “오늘이 올 겨울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라던데 앞으로도 이럴까봐 걱정된다”며 “앞으로 추운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견디며 살아가야 하나 싶다”고 한탄했다. 이어 “어제도 심한 미세먼지로 목이 건조해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 물과 커피를 다섯 잔이나 마셨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휴일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은 2017년 12월 3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이들끼리 놀게 하려고 온 건데, 이럴 줄 몰랐어요. 다시 집으로 가야죠.”(최모씨, 39세)

미세먼지의 여파로 중구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운영을 중단했다. 아내와 함께 자녀 둘의 손을 잡고 성북구 돈암동에서 온 최씨는 “헛걸음했다”며 허탈해했다. 함께 온 아이들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온 임모(50)씨 부자는 “아들이 (스케이팅) 강습을 받아서 가끔 시청 아이스링크장을 찾는다”며 “(운영을 하지 않으니) 이제 어디로 갈 지 생각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아들 창환(12)군은 “(배운 것을) 아빠에게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시민들은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로 향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친구 세 명과 함께 강남역에 놀러 온 이승현(19)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건 알았지만 친구들이랑 약속을 했기 때문에 놀러 나온 것”이라며 “눈이 뻑뻑하고 따갑긴 한데 주로 실내에서 놀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구 오장동에서 광화문 광장에 나온 마성훈(49)씨는 “주말부부라서 2주 만에 아내를 만났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해도) 놀러 나왔다”며 “목이 안 좋아서 평소에는 미세먼지가 심하면 외출을 자제한다. (오늘도) 주로 실내 위주로 다닐 것”이라고 했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내리며 ‘이제 살겠다’는 듯 깊은 숨을 들이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별마당 도서관은 데이트를 위해 찾은 연인들로 북적였다.

코엑스로 부부 데이트를 나온 황옥희(60)씨는 “요즘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회색이고 어둑어둑하고 그렇다”며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숨도 잘 못 쉬겠고, 눈이랑 목도 따갑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아이와 별마당 도서관을 찾은 스즈키 치히로(37)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밖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네 살이라 한창 놀러다닐 때인데,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하늘을 파란색이 아니라 ‘흰색’ ‘회색’이라고 표현한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하늘색 하늘 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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