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공격수에게 필요한 것은 ①

삼성화재 레오. 스포츠동아DB

배구에서 공격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여럿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높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와 경쟁하는 종목의 특성상 아무래도 선수의 키 즉 공격높이가 중요하다. 2018년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신장이 180cm를 넘는 여고선수들은 모두 프로팀에 입단했다. 기량과는 관계없이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상대 블로커를 압도할 높이의 공격수는 지옥에 가서도 꼭 데려온다는 왼손 강속구투수처럼 대접받는다.

● V리그 역대 최고 타점과 파워는

역대 V리그에서 타점이 가장 높았던 선수는 삼성화재의 레오였다. 신장 206cm, 체중 73kg의 호리호리한 체구의 레오가 3m23cm 높이의 안테나 위에서 때리는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V리그에서 유일한 3시즌 연속 MVP에 오른 비결이었다. 워낙 타점이 높았던 터라 자체연습경기 때도 그의 고공타점은 문제가 됐다. 블로커들이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을 할 수 없는데다 블로킹 위에서 꽂아대는 스파이크에 동료들의 자신감만 떨어트린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레오를 빼고 훈련할 때도 있었다.

높이만큼이나 공격수에게 필요한 것이 파워다. 배구인들은 ‘빠따’라는 속어로 표현한다. 코트를 부숴버릴 정도의 위력으로 내리 꽂는 파워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역대 최고의 파워는 삼성화재의 가빈이었다. 신장도 208cm로 컸지만 늦게 배구를 시작했던 덕분에 누구보다 싱싱한 어깨로 내리꽂는 스파이크가 무시무시했다. 배구공을 찌그러들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때리면서도 5세트 끝까지 떨어지지 않았던 파워는 대단했다. 이밖에 감독들은 산체스(대한항공)의 높이, 안젤코(삼성화재-한국전력)의 파워도 높게 평가했다.

삼성화재 타이스. 스포츠동아DB

● 현재 V리그 타점, 파워 1인자는

현재 V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선수 가운데 타점은 우리카드 아가메즈, 삼성화재 타이스가 가장 높다. 특히 4년 전보다 더 시야가 넓어진 아가메즈가 안테나 위에서 때려내는 고공강타는 위력이 넘친다. 대한항공의 정지석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공격”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트라이아웃 때부터 아가메즈의 높이는 모든 감독들의 주목대상이었다. 당시 KOVO는 현지에서 세터와 미들블로커 등 훈련을 도와줄 현역선수를 고용했다.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의 공격능력 평가 때 아가메즈만이 유일하게 2명의 장신 미들블로커의 블로킹 위로 스파이크를 꽂아댔다. 그 광경을 보고 모든 감독들이 “1순위는 무조건 아가메즈”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카드가 2라운드 이후 전혀 새로운 팀이 된 것은 세터 노재욱의 가세도 있지만 그의 연결을 득점으로 완성해준 아가메즈의 역할이 결정타였다. 노재욱은 백토스가 짧고 끝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지만 아가메즈 덕분에 단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아가메즈는 3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 때는 상대코트의 파다르가 착용중인 목걸이를 스파이크로 끊어버렸다. 2세트 도중 신경전을 벌이며 분노게이지를 스스로 끌어올리더니 이후 때리는 공이 점점 강해졌다.

삼성화재 타이스의 공격 높이도 무시무시하다. 전위와 후위 공격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삼성화재는 단순해보이지만 왼쪽의 타이스, 오른쪽의 박철우 등 높이를 이용한 가장 확실한 득점옵션을 가졌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공격루트는 없어도 날개공격의 성공확률은 높다.

1라운드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OK저축은행 요스바니도 높은 타점을 자랑한다. 지금은 몸에 이상이 생겨 예전 같지 않지만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인정하는 높이다. 중남미 선수 특유의 폭발력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다.

파다르는 타점보다는 파워가 눈에 띈다. 배구선수보다는 파워가 필요한 다른 종목에 어울릴 것 같은 체구다. 현대캐피탈의 일본 전지훈련 때도 파다르의 이런 신체적 특징은 화제가 됐다. “마치 미식축구선수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파괴력으로 현대캐피탈 배구의 스타일을 바꿔버렸다. 그동안 스피드에 중점을 두다보니 파워가 상대적으로 떨어져보였던 현대캐피탈은 파다르의 가세로 팀의 공격색깔이 달라졌다.<계속>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