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받은 특활비 첫 뇌물 인정…재판 영향 미칠까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4일 13시 17분


코멘트

朴 1심 판단과 달리 ‘문고리 3인방’ 뇌물방조 유죄
法 “국정원장은 회계관련 직원”…항소심 판단 주목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 © News1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혐의에 대해 뇌물이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조만간 시작될 박 전 대통령 특활비 사건의 2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4일 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방조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3명의 전직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36억5000만원이 뇌물이라고 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사건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뇌물수수가 아니라 국고를 손실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해 안 전 비서관 등의 사건 항소심에서도 검찰은 이 주장을 이어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는 뇌물이고, 안 전 비서관 등은 특활비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분담했기에 뇌물수수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고리 3인방’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사건 1심의 판단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다만 36억5000만원 중 2016년 9월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2억원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했다.

이 2억원은 박 전 대통령이 추석에 생각지도 못하게 받자 ‘흡족해했다’는 진술이 나왔던 그 돈이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 보도 이후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받아오던 국정원 특활비를 중단했다. 안 전 비서관은 국정원 측에 ‘대통령이 어려우니 명절에 쓸 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전 원장은 2억원을 건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자진해 교부했고, 다른 특활비와 달리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매월 교부하던 1억원의 2배에 이르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에 사용하라고 의례적으로 주고받기는 고액이고, 국정원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대통령에게 2억원을 준 건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며 “이 돈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교부한 뇌물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재만 전 비서관(왼쪽부터), 안봉근 전 비서관, 정호성 전 비서관. © News1
이재만 전 비서관(왼쪽부터), 안봉근 전 비서관, 정호성 전 비서관. © News1
재판부는 이에 관여한 안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의 행위는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하는 걸 용이하게 했다”며 원심과 달리 이들의 뇌물방조 혐의를 유죄로 변경했다.

박 전 대통령이 받은 특활비 중 법원이 뇌물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1심은 그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국정원장 1심·2심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날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이 인정되면서 시작을 앞둔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2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의 재판부가 이날 ‘문고리 3인방’ 재판부의 판단을 어떻게 볼지 관심사다.

이 밖에도 이날 재판부는 특활비를 건넨 전직 국정원장들의 지위에 대해 “국정원 전체 예산에 관해 실질적으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며 ‘회계관계 직원’이 맞다고 판단했다.

최근 국정원장 3명의 항소심은 이들이 회계관계 직원이 아니라고 보고 가중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장 지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기에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하게 됐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문고리 3인방 사건 재판부와 달라 뇌물이라는 판단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그동안 기각되던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처음으로 받아들인 것이기에 쉽게 배척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