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대남 메시지 쏟아낸 김정은…중재자 文대통령 ‘조기 등판’ 이뤄질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일 06시 53분


코멘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대(對)남·대(對)미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발신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를 자청한 문재인 대통령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에 적극 화답한 것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의 물꼬를 텄듯,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 비핵화 대화의 중재자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중계 방식으로 전달한 신년사에서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미(북미) 두 나라 사이의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계속 고집하고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하루빨리 과거를 매듭짓고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메시지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멈춰선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실무 협상단계를 뛰어넘은 ‘톱-다운’ 방식의 담판이 한 번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언제든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에서 조속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센토사 합의’에 따른 미국의 약속 이행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무조건적인 추가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이 추가 조건으로 거론하고 있는 핵 물질·시설 리스트 신고와 같은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더이상 협상의 문턱을 낮출 수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대미 메시지와는 별개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함께 나타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 의사를 밝히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북남 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해야한다”며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중단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조건 없는 재개를 시사한 것은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에 담겨있지 않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대북 제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박근혜 정부에서 닫은 개성공단은 엄밀히 따지면 유엔 제재와는 무관하지만 현재 국면에서 재개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설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남북 관계 발전을 명분으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북미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 간다는 문 대통령의 ‘두 바퀴 평화론’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남북 관계의 발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북미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황을 타개하려 했던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고민의 지점일 수 있다. 4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룰 카드가 미리 공개된 측면이 있다.

반면에 남북 관계 발전에 있어 새로운 동력을 토대로 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새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 못할 이유는 없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