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난주는 폭력적 세상에 평화를 심은 인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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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윤 장편소설 ‘난주’
정약용의 조카로 황사영의 아내… 신유박해때 제주 유배와 종살이
당시 풍습-방언 꼼꼼하게 고증

김소윤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인 난주에 대해 “독자들이 ‘저렇게까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꿋꿋하게 사는구나. 인간의 힘은 강인하구나’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은행나무 출판사 제공
김소윤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인 난주에 대해 “독자들이 ‘저렇게까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꿋꿋하게 사는구나. 인간의 힘은 강인하구나’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은행나무 출판사 제공
19세기 조선 후기 신유박해로 집안이 몰락한 이후 명문가 장녀에서 관노비로 전락한 난주. 하루아침에 천민 신세가 된 그녀는 추자도에서 아들 경헌과 헤어지고 올곧은 성품 때문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 그러나 온갖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마마에 걸린 아이들을 보살피고 지역에 구휼소를 세워 마침내 이웃의 존경을 받는다.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은 김소윤 소설가(38)의 장편소설 ‘난주’(1만4000원·은행나무)가 출간됐다. 조선 실학자 정약용의 조카이자 정약현의 딸이었던 정난주의 삶을 그렸다. 심사위원들은 “정난주는 당시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정글 세상 속에서 평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의지의 인물”이라면서 “제주 역사의 풍토, 서민과 노비의 학대받는 아픈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제주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기억돼야 할 작품”이라고 평했다.

정난주에 대해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남편 황사영이 참형당하고 본인은 제주도로 유배를 가서 김석구라는 별감의 집 유모로 지냈다는 것 정도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으로 구체적인 살이 붙고 현실감이 더해졌다. 제주도엔 정난주 성당과 정난주 묘가 남아 보존돼 있긴 하지만 그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소설은 처음이다.

30일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 작가는 “우리도 주인공이기보다 주변인인 경우가 많다. 주변인의 삶도 다 가치 있고 특별할 것이란 생각에서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정약용과 같은 남성에 비해 여성, 아이들처럼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다뤄지지 않았다.

소설 ‘난주’의 또 다른 가치는 역사, 종교적 사실을 바탕으로 제주 풍습과 방언을 뛰어난 수준으로 고증, 복원해 냈단 사실이다. 김 작가는 2014년 소설을 구상하면서부터 책과 논문, 방언사전을 참고하고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향토사학자에게 자문했다.

김 작가는 “세상에는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고 고귀함과 비열함이 함께하며 때론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혼란한 세계 속에서도 어떤 선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면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곧 조선이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김소윤#장편소설#난주#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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