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각]가리왕산 스키장, 논쟁보다 지혜 모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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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사회문화위원장
현각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사회문화위원장
한국은 동족상잔의 전쟁과 70년의 분단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았고 아직도 전쟁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전쟁을 평화로, 분단을 통일로 이루는 꿈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 내가 있는 강원 평창에서 그 꿈이 현실이 되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도 좋았다.

문제는 경기장 시설의 사후 활용이다. 일부 시설은 철거가 완료됐거나 위탁관리로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 그러나 큰 과제 중 하나는 정선 가리왕산의 알파인스키 경기장이다. 합리적으로 존치하기를 바라는 지역주민의 염원과 복원 약속을 지키라는 산림청의 의견 충돌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가리왕산 경기장은 2000여억 원을 들여서 설치했고 이를 복원하는 데 2000여억 원이 또 필요하다. 원상태로 복원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환경 보전은 절대적 명제이지만 원시 상태로 살아갈 수도 없기에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 유지가 필요해 보인다. 가리왕산 환경 훼손 문제는 올림픽 유치 결정 직후인 2011년 7월부터 불거졌다. 출발지점과 결승지점의 고도차가 800m 이상, 평균 경사도 17도 이상, 슬로프 길이 3km 이상 등 국제스키연맹(FIS)의 규정을 충족하는 유일한 지역이 가리왕산이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014년 3월 복원 계획 수립을 조건으로 국유림 무상대부를 받아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무사히 치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지역사회에서는 슬로프는 기존 약속대로 복원하더라도 곤돌라와 운영도로 등 일부 시설물은 올림픽 유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체육계에서도 시설물 존치의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시설물 존치를 원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스키연맹(ASF) 14개국도 FIS에 탄원서를 제출하였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강원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 위원들도 현장을 실사했다.

완벽한 복원은 애초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 무리한 복원으로 2차 환경 피해를 일으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겨울 스포츠 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후 활용도 가능하다”는 동계올림픽지원법의 단서 조항도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 환경 보전과 원시림 보호라는 대원칙에 충실하면서 올림픽의 문화유산과 경제·문화적 효용성을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로 답을 해야 한다. 사계절 아름다운 강원도의 우수한 자연 경관을 산악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완성하는 역사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현각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사회문화위원장
#평창 동계 올림픽#가리왕산#가리왕산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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