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기 디아나 성폭행’ 의혹 김성룡 전 9단, ‘이세돌-알파고’ 중계 대표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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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3일 1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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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둑TV 캡처
사진=바둑TV 캡처
‘바둑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한국기원 프로기사회에서 제명된 김성룡 전 9단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중계를 맡는 등 바둑해설가로 유명하다.

1991년 16세의 나이에 프로에 입단한 김성룡 전 9단은 프로기사로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첫 타이틀은 입단 13년 만인 2004년 제1기 전자랜드배 우승이다.

대신 김성룡 전 9단은 KBS의 ‘바둑왕전’ 해설가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바둑TV’와 ‘바둑ch’ 등에서 활약하며 명해설가로 입지를 굳혔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중계를 맡아 바둑 팬을 넘어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국기원 홍보대사, KB 바둑리그 포스코컴텍 감독, 세종시바둑협회 전문이사, 바둑TV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지난 4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 17일 헝가리 출신의 여성 바둑기사 코세기 디아나 초단(35)이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을 통해 과거 김성룡 전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린 것.

디아나 초단은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여자기사로서 그동안 지내오면서 내가 얼마나 힘이 없는 존재인지 실감했다”면서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방송, 감독, 기원 홍보이사 등등.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원은 디아나 초단의 미투 폭로 이후 ‘늑장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켰으나 결국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김성룡 9단을 제명했다.

이후 윤리위 최종보고서에 ‘김성룡 9단의 주장이 신빙성 있다’는 등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의견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알려졌고, 이에 프로기사 223명이 집단 반발하며 재작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이사회에는 이사 39명 중 21명이 참석해 찬성 10표, 반대 8표, 기권 3표로 과반수에 미달했다. 이사회의 미투 보고서 재작성 방안 부결 이후에도 프로기사들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11일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가 직접 재작성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23일 경향신문은 한국기원이 김성룡 전 9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국기원이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 채택도 거부했다고 보도하면서 해당 사건은 다시 논란이 됐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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