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삼정동소각장’, 전국 최고의 문화재생시설로 우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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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옥신 배출로 2010년 가동중단… ‘부천아트벙커39’로 올 4월 개관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선보여 인기… 국토부 ‘공공건축상 대상’ 수상

지난달 29일 부천아트벙커39에서 한국의 거문고 연주자와 프랑스 싱어송라이터가 무료로 선보인 이색적인 공연 장면. 부천시 제공
지난달 29일 부천아트벙커39에서 한국의 거문고 연주자와 프랑스 싱어송라이터가 무료로 선보인 이색적인 공연 장면. 부천시 제공

과거 악취 오염으로 강제 폐쇄됐다가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부천아트벙커39’로 탈바꿈한 경기 부천시 ‘삼정동소각장’이 전국 최고의 문화재생시설로 인정받았다. 부천시는 “부천아트벙커39가 국토교통부로부터 ‘2018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부천아트벙커는 기준치보다 20배 높은 다이옥신을 배출하다 2010년 가동을 중단한 소각시설이었다. 2014년부터 국비 등 95억 원을 투입해 폐산업시설을 전시, 공연, 교육이 가능한 융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시키는 문화재생사업이 추진됐다. 올 4월 개관한 이곳은 옛 시설의 원형을 잘 살린 폐산업시설 박물관 역할을 하면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부천문화재단 지원으로 1년간 부천지역에서 시각, 문화스토리, 음악 분야 창작활동을 벌였던 차세대 예술가 15명은 5∼13일 부천아트벙커39에서 ‘청년예술가S 실연회’를 연다. 부천에서 페인팅, 영상, 라이브 퍼포먼스 작업을 벌이고 있는 고주안 씨는 일상의 폭력을 극복할 수 있는 작업을 선보인다. 박은정 씨는 벽돌과 사람을 주제로 부천을 탐사한 그림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달 29일에는 이곳에서 이색적인 무료 공연이 열렸다. 거문고 연주자 이정주와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페데리코 펠레그리니 등 2명으로 구성된 ‘Moon Gogo’가 무대에 올랐다. 2013년부터 유럽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프랑스 음악인 2명이 첫 내한공연을 통해 색다른 음악을 들려줬다.

요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교육 강좌가 열린다. 만화가에게서 웹툰을 배우거나 로봇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또 프로그래밍 기초를 익힌 뒤 음악 창작을 해보는 ‘라이브 코딩 뮤직’, 6∼8세 대상의 미술 강좌인 ‘크리에이티브 드로잉’ 강좌도 있다. 재료비를 제외하고 수강료는 모두 무료다.

높이 39m의 소각로가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부천아트벙커39’는 입구부터 여느 공간과 다르다. 소각로 굴뚝이 보이는 정문에 쓰레기 무게를 다는 대형 저울과 전광판이 남아 있다. 과거 소각장 시절 쓰레기 차량이 저울에 올라가면 소각할 쓰레기양이 전광판에 표시되던 계측 장소였다.

실내로 들어가면 유해가스를 청정가스로 정화처리해 굴뚝으로 배출하던 유인송풍실, 소각할 쓰레기를 투입하던 대형 철문, 연소된 쓰레기가 재로 변해 모이던 벙커, 쓰레기를 태우던 대형 소각로 같은 산업시설을 볼 수 있다. 모니터, 원격조정장비, 컴퓨터 등을 갖춘 중앙제어실도 있다. 이 시설들에서 가끔 영화나 뮤직비디오, 광고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지상 6층, 연면적 8074m² 규모의 소각시설 중 공장동 1층 924m²와 2층 1405m²가 전시와 공연, 교육이 가능한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멀티미디어 교육실과 레스토랑, 팝업스토어가 있다.

부천시는 소각로 시설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와 주민복지시설을 추가로 만드는 2차 재생사업을 3년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용범 부천시 문화국장은 “부천아트벙커39는 혐오시설에서 문화와 소통공간으로 바뀐 대표적인 문화재생시설”이라며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문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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