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성공보다 신나게 소통하는 공간 만들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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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 펴낸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 김종현 대표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을 운영하는 김종현 씨는 좋은 책이란 “저자와 비교를 통해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 뾰족한 책”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독립서점 ‘퇴근길 책한잔’을 운영하는 김종현 씨는 좋은 책이란 “저자와 비교를 통해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있도록 돕는 뾰족한 책”이라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애초에 책방도 아니었고, 지금도 책방인지 잘 모르겠어요. 영화도 틀고, 공연도 하고, 술도 팔고….”

‘퇴근길 책한잔’의 주인 김종현 씨(35)가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책방을 연 건 2015년 4월, 각종 미디어에서 독립서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이전이다. 지난달 출간된 그의 에세이 ‘한번 까불어 보겠습니다’(출판사 달·사진)엔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이 책방의 탄생과 그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돈이나 성공보다는 내가 재밌고 신나게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책방의 간판이나 메뉴, 책상, 테이블은 ‘이래야 한다’는 정해진 틀이 있는데, 제 책방은 ‘그러지 말아 보자’는 실험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곳에 누가 올까, 어떤 사람들이 공감을 할까 기대가 되죠.”

에세이 제목만큼 그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백수로 지내다 “어차피 부자가 되긴 틀린 세상 제멋대로라도 살아보자”고 작정하고 책방을 차렸다. 일명 ‘자발적 거지로 살기’다. 하릴없는 백수가 어느 날 ‘뭘 해 봐야겠다’ 결심하고 가게를 계약하는 장면.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노트북 한 대 갖다 놓고 가구를 하나씩 들여놓는 장면. 전등을 고치다 번쩍하고 전기가 튀는 장면은 애잔하면서도 웃긴, 투박하지만 기억에 남을 한 편의 영화 같다.

사실 책방 얘기는 에세이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청소년 연애, 다자 연애, 무신론과 같은 사회적 금기나 음식, 영화, 가족에 대한 그의 생각도 섞여 있다. 그가 이해하는,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들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독립책방의 인기에 대해선 “과거보다 취향이 분화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립책방은 한 카테고리에 담길 수 없어요. 자기 개성대로 운영하다 보니 주인이 곧 책방이거든요. 같은 취향을 가진 한 사람만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잉하면 그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고요.”

현재 그는 많고 많은 책 중에 그가 쓴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해서 자칭 ‘월드투어사인회’를 진행 중이다. SNS로 공지한 시간과 장소에 게릴라로 사람들과 만나는 방식이다. 독립서점 주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자 “하고 싶으면 해라. 어차피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는 ‘쿨(Cool)’한 대답이 돌아왔다. 자유로운 그의 책 에필로그엔 이렇게 적혀 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갖는 게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제가 제일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1년 후에 제가 하는 일은 제가 그때 제일 하고 싶은 일이었으면 합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퇴근길 책한잔#독립서점#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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