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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를 돌며 만든 ‘보고 읽고 느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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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를 돌며 만든 ‘보고 읽고 느끼는 책’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8-10-01 03:00수정 2018-10-0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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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홍희 ‘상무주 가는 길’
하늘의 해와 바다의 눈부신 반사, 연등이 어우러진 전남 여수시 향일암(向日庵). 이곳은 시시각각 다른 햇살과 붉디붉은 동백, 바람에 얼룩진 바위에 홀려 작가가 가장 자주 찾은 암자 중 하나다. 김홍희 씨 제공
최근 출간된 ‘상무주(上無住) 가는 길’(불광출판사·사진)은 욕심이 많은 책이다. 저자인 사진가 김홍희(59)는 서문에서 “‘읽는 책’인 동시에 ‘보는 책’을 추구했다”라고 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그가 2년간 홀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며 26곳의 암자를 담은 흑백 사진 100여 컷이다. 두 개 면에 걸쳐 펼쳐지는 이미지는 압도적이다. 그곳의 모습들은 컬러의 분칠을 벗겨내 실제에 가깝고, 아니 더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사진들 사이로 만만치 않은 내공의 글들이 도사리고 있다. 선승과 암자에 얽힌 일화는 물론 삶의 길에서 그가 물어온 깨달음 또는 구원에 대한 질문,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하는 아들과의 사연 등 사람냄새가 물씬 풍긴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1932∼2010) 거처로 알려진 전남 순천 송광사 불일암이 책의 첫 암자다. 스님과 2001년 작고한 정채봉 동화작가에 얽힌 얘기가 나온다. “스님은 사진 찍기를 아주 싫어하는데 김홍희 씨가 찍으면 안 그럴 것 같다”는 게 정 작가의 등 떠밀기였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됐다. 그는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에 들어갈 사진을 위해 인도로 날아가기도 했고, 책 ‘무소유’의 스님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스님은 그의 카메라를 마다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바닷물이 다 태평양에서 만날 것 같지만, 부산 앞바다 물은 부산 앞바다에서 만나고 태평양 물은 태평양에서 만난다.”

무슨 말일까. 상무주라는 제목도 너무 어렵지 않은가. 김 작가는 “우선 책 속에 등장하는 함양 상무주 암자”라고 설명했다. “서문 제목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인데 ‘날마다 나아갑니다∼’라는 그 찬송가죠. 가려고 하지만 갈 수 없는 신(神)의 경지죠. 상무주도 무주(無住), 머무르거나 다다를 수 없는 극상의 이상향입니다.”

크리스마스에만 빵 받으러 가는 자칭 CC(크리스마스 크리스천)라는 그는 법정 스님의 책과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등 불교와 관련한 작업을 많이 했다. 암자 순례를 하며 “부처도 예수도 더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부산 물, 태평양 물에 대해 “끼리끼리 모인다는 의미 아니냐”라며 웃었다.

경남 양산 통도사 극락암과 함양군 상무주암에서 선승으로 이름이 높았던 경봉 스님을 만날 수 있다. 절집 화장실을 가리키는 해우소(解憂所)가 스님의 작명이고, 상무주암의 편액은 스님의 작품이다. 10∼25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22에서 동명 사진전도 열린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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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홍희#상무주 가는 길#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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