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서울-부산-제주 가면 끝… 日처럼 지역 콘텐츠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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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한국 여행수지 적자의 늪… 여름휴가지 中-日에도 밀려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관광산업은 일본의 2세대 케이팝 팬들의 ‘한류 관광’으로 한숨을 돌렸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한류 스타 메이크업 클래스’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화장법을 배우고 있다(위 사진).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겨울축제에서 선보인 아기자기한 눈사람들이 귀엽다. 일본은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축제와 문화상품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관광국 제공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관광산업은 일본의 2세대 케이팝 팬들의 ‘한류 관광’으로 한숨을 돌렸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한류 스타 메이크업 클래스’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화장법을 배우고 있다(위 사진).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겨울축제에서 선보인 아기자기한 눈사람들이 귀엽다. 일본은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축제와 문화상품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관광국 제공
지구 전체가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여행으로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달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땐 가까운 곳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을 오가는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을 넘는 이유다. 성수기 휴가철을 맞으면 ‘한중일 3국 관광대전’도 더욱 치열해진다.

○ “비슷한 비용이면 일본”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지형 씨는 일본 여행만 20여 차례 다녀왔다. 10만 원 전후의 항공권으로 하루 이틀 동안 식도락을 즐기다 온다. 그는 “거리와 비용 면에서 일본은 국내 여행지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20대 중국인 직장인 판포 씨는 틈만 나면 여행정보 사이트 ‘마펑워(馬蜂窩)’에서 후기를 읽는다. 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된 뒤로는 한국보다 일본을 선호한다. 같은 한자권 국가라 다니기도 훨씬 편하다”고 했다.

일본의 관광 경쟁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본의 관광산업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이 30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엔 400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은 엔화 약세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확대다. 2012년 초 100엔당 1500원 가까이 올랐던 엔화는 현재 1000원 정도다. 환율 요인만으로 50%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LCC 노선 확대로 항공권 가격도 크게 내려 여행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항공권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소확행’ ‘나홀로’ 등 여행 트렌드와 일본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의 소도시는 지역축제가 활발하고 노포(老鋪·대를 이어 운영되는 점포)가 많다. 오유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은 지방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옛 정취가 잘 남아 있어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요즘 여행 트렌드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관광객 모두 ‘같은 가격이면 일본’이란 생각을 하지만 비교 대상은 다르다. 한국은 국내 여행과 비교하고, 중국은 한국 여행과 비교하는 경향을 띤다. 국내에선 오키나와와 제주, 강원도와 홋카이도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의 해외여행을 주도하는 2030세대는 국내보다 한국과 일본 등 근거리 해외를 선호한다. 조홍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한국은 ‘한 번에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란 인상이 강한 반면 일본은 전 국토가 관광지라 중국관광객이 일본을 더 많이 찾을수록 방문지역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과 일본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

유커는 2014년 1억 명을 처음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폭풍 성장한 유커는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사선 피폭 우려 등이 가시지 않은 일본 대신 가깝고 안전하고 저렴한 한국을 택한 것이다.

유커 증가에 힘입어 한국은 2012년 ‘1000만 관광대국’ 문을 일본보다 먼저 열었다. 당시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1114만 명으로 일본의 836만 명을 앞섰다.

하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관광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사이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강력한 관광객 유치 정책 등에 힘입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했다. 5년 새 뒤바뀐 셈이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관광산업은 쉽게 타격받고 회복도 빠르다. 특히 구전효과의 영향이 막강해 위기 상황이 해소되면 금세 수요를 회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휴가와 방학을 맞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 메이크업 업체와 협력해 ‘한류 스타 메이크업 클래스’를 월 2회 운영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소녀시대 메이크업 따라하기’류의 서비스에서 힌트를 얻어 무료로 메이크업 방법을 알려준다. 케이푸드 쿠킹클래스도 인기 있다. ‘CJ더키친’에서 열리는 ‘한류드라마 속 케이푸드 쿠킹클래스’에 참여하면 드라마에 나온 한국 음식 조리법을 영어로 배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6월 도쿄에서 한국관광페스티벌을 열고 새롭게 뜨는 국내 여행지를 홍보했다. 6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작한 셔틀버스도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강릉 평창 문경 등을 당일 왕복하며 일본어가 가능한 가이드가 동행한다. 공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편중된 관광객을 분산하기 위한 정책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도시와 지방 간 해외여행 격차가 큰 일본의 지방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백제 워킹 페스트’ 사업도 있다. 첫 해외 여행지는 한국으로 떠나자는 뜻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 ‘일본의 2세대 한류 팬을 잡고, 사드 파고를 넘고’


한한령 ‘펀치’를 맞고 휘청이던 한국 관광산업엔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올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72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케이팝에 빠진 일본의 2세대 한류 팬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18%나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같은 기간 중국 관광객이 3.7%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지난 2년간 얼어붙은 한중 간 관광 교류는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北京) 등 일부 지역에선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개별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정부 입장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모객을 위한 마케팅 전쟁도 뜨겁다고 한다.

사드 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주춤하던 한국인 관광객의 중국행도 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등은 물론이고 중서부 내륙까지 방문 지역도 넓어졌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근거리 관광 경쟁력의 핵심은 재방문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은 서울 부산 제주에 집중돼 있다. 강원과 경기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울 부산 제주 등 제한된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간다.

여행 목적과 국가별 관광객 구성의 편중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을 향한 여행 목적은 국적을 불문하고 쇼핑과 식도락에 집중돼 있다. 자연히 2030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찾는다. 관광객 구성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 이번 사드 보복 사태를 맞아 관광산업 전체가 휘청거렸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지역 관광 경쟁력 강화에서 찾는다. 지역 관광 상품을 발굴해 서울과 식도락·쇼핑 일색인 관광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 것은 좋은 예다. 사이타마현의 애니메이션 명소 순례 프로그램과 야마구치현의 코난 미스터리 투어가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사려면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00後·2000년대 출생자)’ 등 신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관광 책자보다 관광정보 사이트의 후기에 따라 여정을 짠다. 신세대가 관광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관광#한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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