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무사 개혁, 정치화 근절하되 방첩·보안 임무 약화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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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는 어제 기무사 인력을 30% 이상 감축하고 전국 시도에 배치된 ‘60단위’ 기무부대를 폐지하는 개혁안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건의했다. 다만 기무사를 현행대로 사령부로 유지할지, 방첩본부로 바꿔 장관의 참모기관으로 운영할지, 입법을 거쳐 외청으로 독립시킬지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청와대의 결정에 맡겼다.

기무사 축소는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기무사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사찰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1990년 보안사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사찰을 폭로해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명칭까지 바뀌는 일을 겪고도 변하지 않았다. 2011년에는 기무사가 조선대 교수의 이메일을 해킹한 사건으로 관련자 3명이 구속된 바 있다. 개혁위는 기무사령부령 등 기무사 활동의 근거조항들을 모두 폐지하고 새로 만들 것을 건의했다. 이번 기회에 기무사가 방첩·보안 등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날 여지를 주는 애매모호한 조항을 모두 손봐야 한다.

기무사는 2017년 촛불시위 당시 작성한 계엄 문건으로 다시 정쟁의 불씨가 됐다. 계엄 문건에서 국회의원들을 불법시위 현행범으로 체포해 계엄령 해제 시도를 막는다는 등 위헌적 발상이 충격을 줬다. 그 문건이 실행계획인지 여부를 떠나 기무사 내에서 그런 위헌적 발상이 걸러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하다.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기무사 인력에 대한 대대적 쇄신을 필요로 한다.

개혁위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금지를 권고하면서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의 비리 첩보를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군 동향 관찰 금지를 권고하면서도 군 반란 기도를 사전에 탐지해 차단하는 대전복(對顚覆) 임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기무사는 대전복 임무를 빙자해 갖가지 군의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해왔다. 군을 잘 모르는 대통령일수록 이 정보를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졌던 만큼 문재인 청와대부터라도 기무사와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무사의 정치화를 막을 수 있다.

기무사 개혁은 철저히 하되 기무사 본연의 임무인 방첩·보안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은 간첩이 직접 군에 침투할 필요도 없이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를 빼내갈 수 있는 시대다. 방첩·보안 기능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더 고도로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모든 개혁이 신중해야 하지만 군 개혁은 특히 민간분야에 비해 더 신중해야 한다. 한번 기능이 훼손되면 다시 복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신중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방부#기무사 개혁#계엄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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