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다문화 한부모가족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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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환급받는 근로-자녀 장려금… 영세업체 근무자들 신청 어려워
국민주택 특별분양도 ‘그림의 떡’

베트남 국적의 A 씨(38)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늘 경제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 발표를 보고 반색했다. 여성가족부는 3월 다문화 한부모 가족을 대상으로 ‘근로·자녀 장려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금 환급 형태로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하는 근로·자녀 장려금 제도는 애초 한국 국적 배우자가 있어야 받을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 자녀를 기르는 외국 국적 한부모 가족으로 그 대상을 넓혔다.

하지만 A 씨에게 이 제도는 ‘그림의 떡’이었다. 한국에서 수년간 한 공장에서 일해 온 A 씨는 근로·자녀 장려금 수혜 대상이었지만 곧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근로·자녀 장려금을 신청하려면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A 씨가 일하는 공장 사장은 “소득 신고를 하면 내가 세금을 내야 하니 그냥 넘어가자”며 소득 신고를 거부했다.

매년 5월 10일은 ‘한부모 가족의 날’이다. 한국에 친척조차 없는 다문화 한부모 가족에겐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그 때문에 나온 게 근로·자녀 장려금 지원이지만 상당수 다문화 한부모 가족의 처지가 A 씨와 다르지 않다. 여가부의 2015년 실태조사를 보면 여성 결혼이민자의 74.3%가 3개월 월평균 임금이 150만 원 미만이었다. 대개 영세 공장이나 식당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보험은커녕 소득 신고조차 제대로 이뤄지는 사례가 드문 것이다.

여가부는 3월 다문화 한부모 가족에게도 국민주택 특별공급 분양 자격을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을 받더라도 보증금과 월세, 관리비 등을 감당할 수 있는 다문화 한부모 가족이 드물기 때문이다. 30m²도 안 되는 노후 주택에 여덟 살 아들과 살고 있는 중국 국적의 미혼모 B 씨(43)는 “아이 교육비를 포함해 한 달 생활비가 80만 원인데 특별분양을 받더라도 월세,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한부모 가족은 2015년 기준으로 1만1176가구에 이른다. 전체 다문화 가구의 약 4%를 차지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다문화 한부모 가족#지원#복지#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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