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권태훈]아이 대상 성범죄에도 관심가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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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미투 열풍이 뜨겁다. 우리가 좀 더 미투 운동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사회적 합의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10년을 넘게 아동학대와 관련된 일을 한 사람으로서 우리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아동학대로 신고된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의 일이다. 처음 신고 접수 당시 표면상으로는 가출, 흡연, 무단결석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소년의 일탈 때문에 격분한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 것이었다. 정말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아이가 털어놓은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때 아빠로부터 ‘성학대’를 당한 이후 큰 상처를 받아 일탈행동이 시작됐고, 5년이 지난 후에야 누군가에게 말할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동 성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소위 ‘아는 어른’에 의해 발생한다. 그 ‘아는 어른’은 아동 성학대를 위해 일종의 길들이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것이 성학대인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성학대가 발생한 이후 ‘아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같은 피해를 지속적으로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아동 성학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동 성범죄자들은 소위 ‘고립된 아이’를 범죄의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최대한 아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는 학교에 다녀와서 재잘대는 자녀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 “엄마, 아까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옆 동에 사는 아저씨가 사탕 사줬어”가 아는 어른의 길들이기가 될 수 있다. 또, 선생님은 아이들이 괜히 다가와서 쑥스럽게 꺼내는 한마디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선생님! 할 얘기가 있어요”라는 말을 자주 하던 아이가 정작 해보라고 하면 아니라고 할 때 그 아이의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를 일인 것이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이야기는 들어줘야지”라는 사소한 다짐이 우리 아이들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다짐은 진실로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with child’가 아닐까 한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미투 운동#아동학대#아동 성학대#아동 미투#with 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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