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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자연이 돈이라면… 지금처럼 펑펑 쓰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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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자연이 돈이라면… 지금처럼 펑펑 쓰실 건가요?

정성희기자 입력 2018-01-20 03:00수정 2018-01-2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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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자본/제프리 힐 지음·이동구 옮김/323쪽·1만8000원·여문책

기후변화-미세먼지-오존층 파괴, 인간에게 학대 당한 자연의 복수
“자연은 지속 성장 위한 ‘자본’” 오염에 대한 세금 매기는 등 경제적 관점으로 환경 문제 풀어야
백두산 원시림. ‘자연자본’의 저자는 자연을 무한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본으로 여기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뀐다고 강조한다. 동아일보DB
“무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미세먼지 공습이 계속된 이번 주,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 이용 요금 무료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루 60억 원을 쓰고도 감소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에 대한 반응이었는데, 그래도 혈세를 피처럼 아껴 써야 할 서울시 당국자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조치는 최소한 한 측면에서는 사람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맑은 공기는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점 말이다.

서구적 세계관에서 자연은 인간의 정복 대상이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자연을 마음껏 누리고 파괴할 권리가 있었다. 버펄로 대구 늑대가 인간 탐욕 때문에 사라진 대표적 동물이다. 그러나 자연의 자정능력에도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신음하던 자연은 곧 인간에게 통렬한 복수를 가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벌목과 사막화에 기인한 수자원 고갈, 프레온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가 단적인 예다. 공기뿐 아니라 숲과 대지, 하천과 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환경 가운데 어느 하나도 공짜가 아니었다.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미세먼지는 말할 것도 없다.

환경경제학자인 저자는 자연이 갖는 중요한 가치를 재인식할 것을 설파한다. 자연환경을 마구 써도 남아도는 무한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본’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알다시피 경제학은 자원 생산과 배분의 효율성에 관한 학문이다. 공짜로 여겼던 자연환경을 자본으로 생각한다면 자연에 대한 관점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자연은 되돌릴 수 없고 대체재도 없다는 점에서 물적 자본 못지않게, 아니 더 소중한 자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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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에서 자연의 가치가 무시되는 데는 배경이 있다. 사업주가 공장을 운영한다고 할 경우 임금 원자재 에너지 건물 자본 등 모든 요소에는 비용이 지불된다. 그런데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나 대기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비용을 치르지 않고 모든 비용이 공장 외부로 전가되는 이른바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저자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인류역사상 가장 큰 외부효과라고 규정한다. 외부효과를 없애기 위해서는 오염자가 부담하든, 수혜자가 부담하든 비용부담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저자는 오염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피구세(Pigouvian Tax)’ 도입을 강력히 주장한다.

환경문제를 경제학 관점에서 풀자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책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저자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수석 저자, 미국 국립과학원 소속 연구회의 의장, 열대우림국가연합 이사회 의장으로서 ‘행동하는 경제학자’였기에 문장 하나하나에 고뇌와 절실성이 담겨 있어서다. 경제학을 전공한 번역자도 까다로운 경제학 개념이 쉽게 이해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정성희 기자 shchung@donga.com
#자연자본#제프리 힐#이동구#환경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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