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제주도가 안 춥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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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
제주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육지에 살고 있는 가족, 친지, 친구들이 “육지는 너무 추운데, 제주는 따뜻해서 살기 좋겠다”라는 부러움 섞인 말을 건넨다. 나도 제주로 이주하기 전 한겨울에도 거의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는 제주의 따뜻함을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겪는 제주의 겨울은 육지와는 사뭇 다르지만 몸으로 겪는 차가움이 덜하지 않았다. 제주 전역을 강타하는 차가운 북서풍의 세찬 기운은 해안가의 모래를 1∼2km까지 이동시킬 정도로 강하다. 웬만한 소형 태풍 수준으로, 며칠씩 불어대는 제주의 겨울바람은 영상의 기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감당하는 사람들의 체감온도는 육지의 한파 못지않다.

제주에서 중산간 아래는 한겨울에도 눈이 많이 오거나 쌓이는 경우가 드물다. 2년 전에 폭설이 내린 적이 있지만, 집 앞 제설 작업을 위해 철물점에 눈삽을 사러 갔을 때 제주 토박이인 주인아주머니가 “이 눈삽을 10년 만에 팔아 본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제주 중산간 아래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힘들다. 약간의 눈이 쌓여도 칼바람에 눈이 휩쓸려 흔적이 남지 않는다. 제주시에 비해 서귀포시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매서운 북서풍을 한라산이 막아주어 바람이 덜 불기 때문이다. 겨울에 부는 칼바람은 제주에 이주해서 터를 잡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육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겨울에도 따뜻하고 포근한 날씨를 고려하고 있다면, 제주시 쪽보다는 서귀포 지역에 둥지를 트는 게 나은 선택일 것이다.

도시에 있을 때 눈이 반가운 건 가끔씩 눈 내리는 광경에 빠져들 수 있는 데다 스노보드를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주에는 스키장이 없지만, 잘 가꾸어진 대형 스키장 못지않은 천연 눈썰매장이 있다. 눈이 내린 중산간 도로변의 목장지대, 초지 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천연 눈썰매장이다. 제설 작업이 끝나고 중산간 도로를 지날 때는 트렁크에 눈썰매를 싣고 다니기를 권유한다.

육지의 인공 눈썰매장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경관과 최대 슬로프 길이를 자랑하는 자연 눈썰매장이 제주에는 곳곳에 널려 있다. 이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눈썰매장을 몇 개 추천하면 천연기념물 347호인 제주마를 기르는 제주 마방목지가 대표적인 천연 눈썰매장이다. 봄여름 가을까지 여유롭게 드넓은 목장지대를 거닐던 제주마들은 겨울이 되면 월동관리를 위해 축산진흥원에 들어가게 되고, 이 남은 공간을 하얀 눈과 아이들이 채우게 된다. 이 밖에도 한라산의 설경을 같이 즐길 수 있는 한라산 어리목, 어승생악 눈썰매장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중산간 도로를 타고 가다가 어디든 길 한쪽으로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면, 트렁크의 눈썰매를 꺼내 들어 신나게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면 된다. 겨울 제주의 여행에서 현지인처럼 제주 겨울을 즐기고 싶다면, 올해는 트렁크에 눈썰매를 싣고 중산간 도로를 달려 보자.
 
조현일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제주도#서귀포#제주 자연 눈썰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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