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첫 공식 논의…전작권 환수도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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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송영무 국방장관이 30일(현지 시간)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연쇄 회담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에 관련해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 측에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억제력을 높이기 위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송 장관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한국 야당과 언론에서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라는) 그런 요구가 있다”면서 “우리 핵 정책이 어떤 건지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핵이 고도화 되면서 한국 국민이 안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국회와 보수층에서 안보 해소 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걸 송 장관이 설명한 것”이라며 “미사일 탄도 중량을 늘리는 지침 개정과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전술핵 문제가 거론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미국 측은 한국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한반도의 안보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또 현재 500㎏ 미만으로 제한돼 있는 미사일 탄두 중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해온 점에 비춰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동시에 미사일 지침 개정과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정례 배치가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전술핵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데 우리 명분을 상실하게 된다”며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확장억제력을 키우기 위해 핵잠수함 도입 문제도 논의했다고 정부 측은 밝혔다.

한미 양국은 이밖에도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송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최근 보고했던 국방개혁안 내용을 설명하면서 ‘(개혁이 마무리 돼) 시기적으로 조건이 되면 검토해보자’고 했더니 미국 측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 임기 내가 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시기를 못박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소련과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1958년부터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지대지미사일과 핵대포 등을 배치했다. 이후에도 핵배낭까지 11개 종류의 전술핵을 반입해 운용하다 1991년 조지 W.H. 부시 대통령의 핵감축 계획에 따라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말 현재 항공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B61 전술핵폭탄 500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150기는 유럽 5개국에, 나머지는 본국에 보관 중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미국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했었다.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전략자산을 통한 확장억제력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면서 북핵에 대한 대응과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월 4일자에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의 2인자들이 회의를 열어 모든 옵션이 논의되었고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함으로써 극적인 경고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NBC 방송도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미 직전에 군사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정상 회담을 앞두고 대북정책 시나리오 중 하나로 한반도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4월 방한에 동행한 한 외교정책 보좌관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 대한 기내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며 “현재로서는 (전술핵 재배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미국 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북핵 억제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입장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질서 전반에 걸쳐서 검토돼야 하는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조율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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