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가면 무기되는 GPS-분무기… 전략물자, 中으로 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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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수출 사범 올해 112명 적발

고압 분무기는 평소 방역이나 농약 살포 작업에 쓰이지만 전쟁이 나면 생화학 무기를 살포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에 장착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순항미사일 유도장비로 활용이 가능하다. 또 공장에서 합금을 제조할 때 들어가는 텅스텐 분말은 미사일 부품으로 쓰인다.

정부는 이런 물품과 관련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쓰이는 전략물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상대로 전쟁이나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북한 등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북핵 위기 등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략물자 불법 수출 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1∼7월에만 112명에 달해 지난해 1년 동안 검거된 전략물자 불법 수출 사범 78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불법 수출되는 전략물자는 동선을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대행업체 A사는 지난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 상당의 순도 97% 이상 몰리브덴 파우더 200kg을 중국에 수출했다가 올해 3월 인천삼산경찰서에 적발됐다. 윤활유 재료로 주로 사용되는 몰리브덴 파우더는 미사일 부품의 내열재로도 쓰이는 전략물자다. 불법 수출 당시 A사 제품은 세관을 무사통과했다. 관세청에서 물품을 분류하는 코드 기준과 전략물자 통제 기준이 연결돼 있지 않았던 탓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산업부와 관세청의 통제 시스템 연동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몰리브덴 파우더처럼 산업 또는 생활 용품으로 사용되면서 동시에 전쟁에 필요한 장비 생산에도 쓰이는 이중용도 전략물자는 2426개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략물자 불법 수출이 성행해도 단속이 어렵다. 통신업체 B사는 2012년부터 3년 동안 산업부 허가 없이 전략물자인 네트워크 암호화 프로그램과 관련 기계 700여 대를 중국 러시아 인도 등 19개국에 수출했는데 올해 4월에야 인천 중부경찰서에 적발됐다. 이 장비는 군용 통신 암호화 장비로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다. B사는 2012년 이전에도 전략물자를 불법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소시효(5년) 이전 사건이라 처벌을 받지 않았다.

보안당국은 특히 중국으로 불법 수출된 전략물자의 북한행을 우려하고 있다. 올 6월 중국의 단둥 둥위안이라는 회사가 북한에 탄도미사일 유도장치에 쓰이는 무선항법 보조기구 79만 달러(약 8억9270만 원)어치를 수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무선항법 보조기구가 어디서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 미사일 부품으로 쓰이는 전략물자가 중국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또 한국산 전략물자가 해외의 복잡한 경로를 거쳐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미국이 확보한 시리아의 미사일에 한국에서 생산된 전략물자가 장착됐던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물자를 허가 없이 수출하면 대외무역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물품 가격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적발된 업체는 대부분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초범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수출액이 크면 벌금형에 처해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구특교 기자
#북한#전략물자#중국#불법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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