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계란-쇠고기-우유… 자연산 대신 식탁 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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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동 속 ‘푸드테크’ 주목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푸드테크’로 만든 인공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노란콩 단백질로 만든 인공 계란(왼쪽 위), 전기로 만든 단백질 파우더(오른쪽 위),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쇠고기(왼쪽 아래)와 닭고기(오른쪽 아래) 등이 대표적이다. 햄프턴 크리크·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모사 미트·멤피스 미트 제공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푸드테크’로 만든 인공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노란콩 단백질로 만든 인공 계란(왼쪽 위), 전기로 만든 단백질 파우더(오른쪽 위),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쇠고기(왼쪽 아래)와 닭고기(오른쪽 아래) 등이 대표적이다. 햄프턴 크리크·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모사 미트·멤피스 미트 제공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 원까지 오르더니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6500원까지 떨어졌다. 바이러스도 모자라 화학물질까지 나왔다는 소식에 전국은 에그포비아(eggphobia·계란공포증)에 빠졌다.

식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과학기술로 식품을 직접 만드는 ‘푸드테크(Food-tech)’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를 활용하면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을 더럽히지 않는 인공 계란, 인공 쇠고기, 인공 우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 식품 벤처기업 ‘햄프턴 크리크’가 개발한 인공 계란 ‘비욘드 에그’는 노란콩에서 찾아낸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다. 식물에서 계란과 같은 단백질을 찾아내기 위해 4000개가 넘는 식물의 분자구조를 일일이 분석했다. 비욘드 에그는 분말 형태지만 물에 섞으면 색상, 질감 등이 계란과 똑같아진다. 햄프턴 크리크는 이를 이용해 마요네즈인 ‘저스트 마요’, 계란 없는 과자 ‘저스트 쿠키’ 등 다양한 식품을 제조한다. 이케아는 매장 안 식당에서 파는 미트볼에 햄프턴 크리크의 인공 계란을 쓴다. 버거킹, 서브웨이, 스타벅스 등도 인공 계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격은 비슷한 분량의 계란 절반 수준이다.

리 채 햄프턴 크리크 연구원은 “계란과 비슷한 단백질을 식물에서 찾아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맛보게 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계란으로 만든 음식은 무궁무진한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단백질은 물론이고 탄수화물, 지방 등 필수 영양소를 모두 갖춘 ‘인공 분말 단백질’ 식품도 개발됐다. 레시피도 간단하다. 공기와 전기만 있으면 된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소(VTT)가 지난달 발표한 이 분말 식품은 물, 이산화탄소, 미생물 등 3가지 재료를 커피잔 크기의 생물반응기(bioreactor)에 넣고 전기를 가해 만든다. 전기 분해를 이용한 화학반응의 결과, 단백질 등 영양물질들이 만들어진다. 살균·건조 작업을 거치면 단백질 50%, 탄수화물 25%, 지방과 핵산 등으로 구성된 분말 식품이 완성된다.

유하페카 피카넨 VTT 수석연구원은 “필요한 곳에서 곧바로 음식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까운 미래엔 가정용 생물반응기로 소비자가 직접 집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섭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말 식품이 ‘먹는 즐거움’까지 채울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푸드테크로 인공 육류도 만들어냈다. 전문 맛 감별사들이 극찬할 정도로 실제 육류와 맛, 향, 육즙까지 비슷하다.

최초의 ‘인공 쇠고기’는 2013년 네덜란드에서 개발됐다. 마크 포스트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교수팀이 젖소의 목덜미 근육 조직을 실험실에서 수백만 배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키우면 다양한 조직으로 성장한다. 근육 줄기세포로 배양한 근육, 지방세포로 배양한 지방을 뭉쳐 부드러운 식감의 고깃덩어리를 만든 것이다.

‘치느님’ 닭고기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3월 미국 푸드테크 기업 ‘멤피스 미트’는 배양 닭고기와 오리 고기로 만든 요리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레시피는 인공 쇠고기와 같다. 멤피스 피트는 23일(현지 시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포트(MS)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으로부터 1700만 달러(약 191억8450만 원)의 투자를 받았다. 빌 게이츠가 인공 육류 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미국 식품회사 ‘퍼펙트 데이’는 젖소가 아닌 효모가 만드는 인공 우유를 개발했다. 우유를 구성하는 카세인단백질과 훼이단백질 유전자를 효모의 염색체에 넣어 효모가 발효하며 스스로 우유 단백질을 만들게 했다. 여기에 식물성 지방, 비타민, 칼슘 등 각종 영양분을 첨가하면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우유가 된다.

푸드테크로 만든 음식의 장점은 원래 식품의 맛, 질감, 영양분을 모두 가지면서도 유해 물질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인공 계란은 알레르기나 고혈압 때문에 계란을 못 먹는 사람들도 먹을 수 있으며 조류인플루엔자 등 감염성 질병 걱정도 없다. 인공 쇠고기는 생명을 해치지 않기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으며 인공 우유는 젖당이 없어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마실 수 있다.

온실가스, 분뇨 등 동물 사육으로 인한 환경오염 논란도 피할 수 있다. 배양육은 전통 축산업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은 4∼22%, 토지 면적은 1%, 물 사용량은 4%에 불과하다. 사육 동물의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인공 계란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지만 인공 분말 단백질과 인공 쇠고기는 상용화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분말 단백질 1g을 만들려면 2주가 걸린다. 인공 쇠고기 제조엔 37만5000달러(약 4억2292만 원)가 들고, 인공 닭고기의 가격은 450g에 9000달러(약 1015만 원)다.

가장 큰 걸림돌은 대중의 심리적 장벽이다. 2015년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2명만이 인공 식품을 먹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변형(GM) 콩은 개발된 지 20년이 흐른 지금도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이 많다. 인공 식품이 쉽게 식탁에 오르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포스트 교수는 “절대 안전하거나 절대 위험한 음식은 없다. 10년 뒤 인공 식품으로 식탁을 차리겠다는 과학자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개발 과정을 100% 투명하게 대중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혜진 hyegene@donga.com·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푸드테크#인공 계란#인공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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