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대기업-벤처기업 상생하는 CVC 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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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실패 확률이 높은 신기술 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직접 투자가 적합하지 않은 비핵심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VC 투자는 피투자자인 벤처기업에도 도움이 될까.

최근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팀은 1990년에서 2003년 사이에 CVC 투자를 받은 미국 내 정보기술(IT) 벤처기업 508개를 대상으로 실증연구를 진행했다. 종속변수인 벤처기업의 성과는 해당 기업이 CVC 투자를 받은 후 기업공개(IPO)를 했는지를 가지고 측정했다.

연구 결과,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특화된 보완적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 CVC 투자 유치는 벤처기업의 IPO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무선통신 서비스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A가 자사 기술을 제품화하려면 실제 무선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대기업)에서 이를 테스트하고 검증(특화된 보완적 자산 B)해줘야 한다. 만약 A가 B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대기업으로부터 CVC 투자를 받는다면 검증에 필요한 비용 및 인력 지원을 보다 원활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므로 상업화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또 벤처기업이 속한 산업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CVC 유치가 벤처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벤처기업의 특성상 전략적 제휴 같은 계약 관계보다 지분 거래를 통해 대기업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CVC 투자가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CVC 투자가 벤처기업과 대기업 간 협력적 관계 형성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전략적 목적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대기업은 벤처기업의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신형 KAIST 경영공학 박사 david.kang98@gmail.com
#대기업#벤처기업#c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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