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1000만②] 4가지 통계로 본 흥행 비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1일 06시 57분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여름방학 시즌 개봉·경쟁작 시너지 효과
개봉 2주차 월요일 티켓파워 ‘천만’ 증거
시대정신·감성적 배경 다양한 연령층 관람


영화진흥위원회는 2014년 10월 ‘통계 분석으로 본 천만 영화’라는 보고서(보고서)를 펴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가 공식화한 2004년 이후 ‘1000만 영화’ 탄생 조건에 관한 흥미로운 분석틀을 제시했다. ‘택시운전사’가 20일 ‘1000만 클럽’에 가입하면서 역시 그 다양한 조건과 징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보고서를 토대로 ‘택시운전사’의 흥행 요인을 분석한다.

①여름시장을 노려라!

보고서는 ‘천만 영화’를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개봉 시기를 꼽았다. “여름과 겨울방학 그리고 명절 같은 성수기 시즌”이다. 이 시기에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17편의 1000만 영화 가운데 2014년 ‘인터스텔라’(11월)와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4월)을 제외하고는 15편이 모두 이 시즌에 개봉했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초순 사이 가장 관객이 많은 때로 꼽히는 여름방학 시즌에는 ‘택시운전사’ 등 8편이 선보였다.

②커진 시장이 1000만명을 모은다!

하지만 단 한 편의 힘으로 1000만 관객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보고서는 2012년 이후 ‘천만 영화’ 탄생 배경으로 개봉편수 및 스크린의 증가, 관객수 확대, 1인당 관람횟수 상승 등을 꼽으면서 특히 동시 두 세 작품의 ’쌍끌이 흥행’이 그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17편의 1000만 영화 가운데 대부분이 또 다른 흥행작과 경쟁했다.

‘택시운전사’는 어떨까.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7월 극장 관객은 2013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였다. ‘군함도’와 ‘덩케르크’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등 기대작이 예상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도 ‘군함도’가 650만여 명을 동원하고, ‘청년경찰’과 ‘혹성탈출:종의 전쟁’ 등이 그 흥행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은 8월 극장 관객수를 늘릴 것으로 보이며 이는 ‘택시운전사’에 대한 관객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③개봉 2주차 월요일을 지켜라!

보고서는 “천만 영화의 징후를 대부분 2주차에서 엿볼 수 있다”면서 “2주차 관객이 더 들거나 시간이 지나도 관객수가 줄어들지 않는 ‘개싸라기’ 상황”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택시운전사’는 개봉일이었던 2일 전국 1446개관에서 70만여 명을 모았다. 이후 첫 주말까지 430만여 명을 불러들였다. 물론 1900여개 스크린을 장악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부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 파괴력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이후 개봉 2주차 월요일(7일) 56만여 명을 동원했다. 요일의 특성상 관객수가 주말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만, 관객 기대가 큰 개봉 첫 날에 비하면 그 감소율이 크지 않았다. 보고서는 “개싸라기가 나면 관객이 자발적으로 재미있다고 소문을 내면서 ‘눈덩이 효과’를 일으켜 장기상영을 약속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봤다.

④보편적이고 쉬운 감정으로 다양한 연령층을!

하지만 이런 외적 조건만으로 1000만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니다. 보고서는 “시대적인 참신성과 특이성”을 그 조건으로 꼽는다. 그런 점에서 ‘택시운전사’는 다소 어긋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재와 배경은 영화적으로 그리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굉장히 보편적이고 쉬운 감정”을 말하고 있다. 15세 관람가등급의 ‘택시운전사’가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기자 그리고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소시민이 어떻게 사회적 시선을 바꿔가며 성찰해 가는지를 담담히 그려내며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에게 소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분석틀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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