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기 기자의 머니 레시피]놀고있는 주식, 빌려주고 돈 버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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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대여서비스 이용하기

최근 들어 호텔이나 펜션 등 정식 숙박업체가 아닌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공유업체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놀고 있는 빈방을 여행객들에게 제공하고 돈을 받는 공유경제 모델입니다. 주식시장에도 에어비앤비처럼 놀고 있는 주식을 빌려주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머니레시피 주제는 바로 ‘주식대여 서비스’입니다.

○ 노는 주식으로 수수료 수익

신민기 기자
신민기 기자
주식대여 서비스란 투자자가 갖고 있는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기관투자가 등 다른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수수료는 해당 종목의 수급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형주보다는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형주의 대여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보통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는 최대 연 2%, 중소형주는 연 2∼5% 수준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세차익에 따른 수익에 배당금까지 더하면 주식 투자로 총 3차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제2의 삼성전자를 꿈꾸며 잠재력 있는 주식을 매수해 수년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나, 주식을 고점에 매수하는 바람에 원금을 회복할 때까지 팔지 않고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고려해볼 만합니다. 묵혀둔 주식으로 수수료 수입이라도 챙기는 겁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장기보유 주식은 대주주 지분을 제외하고도 450조 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차거래 수수료를 평균 1%로만 잡더라도 국내 주식 보유자들이 연간 4조5000억 원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증권사에 신청만 하면 알아서 나오는 수수료

주식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증권사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대차약정거래를 신청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증권사가 알아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빌려주고 계좌에 수수료를 입금해 줍니다.

빈방을 숙박공유업체에 올려놨는데, 찾는 고객이 적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식을 빌려주고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싶다면 찾는 이들이 많은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만큼 많은 투자자가 내 주식을 자주 빌려갈 테니까요.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비롯해 다양한 기법의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자주 빌리는 단골입니다. 따라서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PBS) 업무를 하는 증권사에 주식을 맡기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현재 PBS 시장에서 가장 많은 헤지펀드를 고객으로 보유한 곳은 삼성증권이며,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 대여 중인 주식도 언제든 매매 가능

주식을 잠시 빌려줬는데,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하락이 예상돼 매도하고 싶다면 언제든 팔 수 있습니다. 배당도 그대로 적용받습니다. 다만 주주로서의 의결권은 갖지 못하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주주총회 전에 대여회수 신청을 통해 빌려준 주식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주식 대여에 따른 수수료 수입은 기타소득으로 잡힙니다. 따라서 기타소득세율 22%가 원천징수 됩니다. 기타소득이 연간 3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분리과세 또는 종합과세 여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연간 300만 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듬해에 과세 신고를 해야 합니다.

빌려준 주식이 공매도에 쓰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식대여 서비스는 보유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단기적인 주가 등락을 따진다면 우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규모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도 장기 보유한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 수입을 챙깁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5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공매도로 인한 일시적인 주가 등락은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주식#주식대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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