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흉물’ 공사중단 건축물 정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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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철거-공사재개 등 추진
창동역 민자역사 등 11개 건물… 도시 미관-지역경제에 악영향
“채무관계 복잡 쉽지 않을것” 지적도

공사가 중단되고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들. 서울 관악구 신림동 ART백화점(위쪽 사진)과 강북구 우이동 더 파인트리 앤 스파 리조트(아래쪽 사진). 서울시 제공
공사가 중단되고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들. 서울 관악구 신림동 ART백화점(위쪽 사진)과 강북구 우이동 더 파인트리 앤 스파 리조트(아래쪽 사진). 서울시 제공
지하철 2호선 신림역 6번 출구를 나서면 앙상한 철골이 드러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관악구 신림사거리는 서울 서남권에서 손꼽히는 상권이지만 이 건물 탓에 낡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2006년 착공했지만 시공사 C&우방이 2008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된 ‘ART백화점’ 건물이다. 지하 7층, 지상 12층 연면적 4만2176m²로 계획된 ART백화점은 공사가 중단된 뒤 9년째 방치되면서 지역의 흉물이 됐다. 이 건물 건너편 르네상스쇼핑몰에 입점한 상인 박상용 씨(42)는 “ART백화점이 완공되면 쇼핑몰 집적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완공이 미뤄져 오히려 주위 다른 쇼핑몰의 가치까지 갉아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ART백화점처럼 공사가 장기간 중단돼 있는 건축물에 대해 2026년까지 철거나 공사 재개 지원 등의 정비사업을 벌인다. 15일 서울시 관계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오래 방치된 ‘공사 중단’ 건축물이 도시 미관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현재 여건과 권리관계 등을 분석해 어떻게 정비할지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정비 대상으로 꼽은 건물은 ART백화점을 포함해 11개다.

ART백화점처럼 철골 구조를 드러낸 채 서있는 도봉구 창동역 민자역사는 2004년 착공했지만 시행사가 부도를 내 공사가 중단된 2010년 11월 이후 7년 가까이 그대로 서 있다. 설계도상으로는 지상 10층짜리 건물이지만 지금은 5층 높이의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역세권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공약에 ‘공사 재개’가 단골로 오르지만 성사된 적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이곳을 찾아 “이해관계자들이 우선 모여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자”며 “주변에 예정된 서울아레나 건립 등 여러 개발계획과 연동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강북구 우이동에는 5∼7층짜리 건물 열네 동이 잿빛 콘크리트를 드러낸 ‘더 파인트리 앤 스파’ 리조트가 있다. 공정 46% 상태에서 6년째 공사가 중단됐다. 북한산을 가려 조망권까지 침해하는 이 건물은 주민들의 혐오 대상이다. 한 주민은 “계획대로 완공됐으면 지역 상권이 살아나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백운대와 인수봉을 가로막고 선 흉물”이라고 말했다.

이 리조트는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도심 속 고급 휴양지’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착공했다. 우이동 일대 약 8만 m² 터에 객실 334개와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갖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1년 인허가 과정에서 고도(高度) 제한 등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그해 10월 보궐선거로 당선돼 취임한 박 시장이 “특혜 유무를 규명하겠다”고 나섰고 이후 검찰 수사에서 시행사 임원 등이 구속되면서 결국 공사는 중단됐다.

이 같은 대형 건축물 외에도 종로구 명륜동 동숭동 평창동, 강남구 삼성동 등의 다가구주택이나 연구시설 등 비교적 규모가 작은 장기 방치 건축물도 정비 대상이다. 일부에서는 “민간 이해관계자끼리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 많아 서울시 주도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와 관할 자치구, 주민 등과 협의해 철거 명령이나 취득 후 철거, 공사 재개, 공사비 융자 지원, 분쟁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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