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 물에 빠져 익사?…알고보니 母子가 보험금 노리고 50대父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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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2일 오후 4시 반경 충남 119상황실에 50대 여성의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졌는데 위독하다”는 내용이었다. 사고 현장인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물에 빠진 50대 남자를 전북 군산의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119 구급대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끊어진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익사(溺死) 사고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보령해양경찰서는 의문을 가졌다. 해양 및 조수 전문가, 마을사람 등을 상대로 탐문해보니 사고 발생 시간은 썰물 때여서 갯바위까지 물이 차지 않아 미끄러져 빠졌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남성이 물에 빠진 시간과 비슷한 때에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지 실험도 해봤다. 그 결과 사람이 익사할 환경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숨진 남성의 전 부인(53)과 아들(26)을 조사했다. 이들로부터 전 남편이자 아버지인 A 씨(58)를 바닷물에 밀어 넣어 숨지게 했다는 진술을 받아 냈다.

경찰에서 이들 모자는 A 씨가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 이혼한 이후에도 큰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사건 당일 A 씨를 갯바위 쪽으로 유인해 목덜미를 잡고 물에 얼굴을 집어넣어 익사시켰다. A 씨가 숨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119상황실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A 씨를 싣고 간 뒤에도 따라갈 생각은 하지 않고 인근 주택가에서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는 등 태연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이 사망할 경우 합쳐서 13억 원가량을 받을 수 있는 수 개의 생명보험에 들어 있었다. 9일 이들 모자를 체포한 경찰은 10일 살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과 아는 사이인 보험설계사 G 씨(55·여)도 사기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G 씨는 사건 당일 현장의 갯바위에서 이들 모자와 A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경찰에게 넘겨주는 등 익사로 위장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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