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회의론’ 급부상…북핵 저지 타이밍 늦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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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3일 만에 ‘북핵 저지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제재 이행 의지가 여전히 강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다, 이미 타이밍도 늦어 현실적으로 북핵 완성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비해 중국의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체계를 촘촘히 가동하면서 석탄 등의 금수조치에 대해 시기별로 이행 상황을 유엔을 통해 보고받을 계획”이라면서도 “중국이 결의안 내용을 지키더라도 북한이 그 정도 압박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이냐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제재 이행 의지에 대한 미국 내 불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과 북한 간 전통적인 경제관계를 고려하면 새 결의 집행에 따른 대부분의 대가를 중국이 지불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수호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은 이전과 같이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관련 결의의 모든 내용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번스 하버드대 교수는 CBS 인터뷰에서 “중국 비협조로 북핵 저지를 위한 유엔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을 중국이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원유 금수 조치가 빠져 압박의 강도가 느슨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별개로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임스 친 태즈메이니아대 아시아연구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를 감안할 때 제재가 늦은 감이 있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완성이라는) 단 하나의 카드만 갖고 있으며, 말이나 제재로는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잊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고지가 코앞인데 죽을 정도로 목을 조르지도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은 현 시점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유엔 결의안이 대북 압박에 대한 외교적 수순을 밟아 나가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소식통은 “모든 외교적 압박 수단을 시도한 뒤에야 군사대응이라는 극단적인 카드의 정당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제재 결의안의 의미는 ‘외교적 최후의 카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중국은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의안이 군사옵션 직전의 마지막 카드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예방전쟁’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군사옵션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펜타곤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4월 한반도에 핵항모전단과 핵잠수함 등 주요 전략자산을 배치했을 때보다 높은 수준의 무력시위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며 “전략자산 순환 주기 등을 검토해 북한의 추가 핵 도발 등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공조도 미국의 대응수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한미 공조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아무리 트럼프 정부라 해도 우리 정부의 뜻을 무시하고 군사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해야 최후의 무력카드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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