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제대 군인, 운행 지연 열차서 아사…전력난에 1~2일 거리, 보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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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7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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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동아일보DB)
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동아일보DB)
북한에서 전력난 때문에 열차 운행이 예상보다 훨씬 더 지연 돼 식량을 준비하지 못한 제대 군인 2명이 열차에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 방송(RFA)은 6일 일본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를 인용, 최근 북한에서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제대 군인 2명이 평성을 출발한 열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당시 열차는 전력난 때문에 보름이 되도록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군인들이 가려고 했던 목적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북한의 전력 사정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나빠졌으며, 이후에도 전력난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열차 운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부 열차가 운행되는 경우에도 약 10~15일 후에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보통 1~2일 정도면 갈 수 있는 구간이지만, 전력난 때문에 열차 운행이 수시로 마비되기 때문.

이 전력난은 열차를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뿐 만 아니라 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기간만큼 필요한 식량을 구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일부 주민이 허망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열차에서 숨을 거둔 제대 군인 2명도 운행이 계속 지연되는 열차 안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 군인들에 대해 “군대에서 영양실조에 걸려 열차를 타고 집에 갔는데, 음식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 걸릴 구간을 보름이나 갔다”며 “결국 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어 굶어 죽은 비극”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열차 사정이 매우 나쁘지 않은가”라며 “전기사정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열흘에서 보름씩 가야 할 때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양상도 혜산-평양 구간과 함경북도 무산-평양 구간은 1~2일 정도 소요되지만, 현재는 10~15일 후 도착하는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이에 북한 주민들은 트럭과 버스 등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력난 외 낙후된 시설·철도원의 부정부패 등으로 북한 열차 운행이 당장 정상화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심각한 전력난에도 불구하고 탈북과 밀수 방지를 위해 국경 지방에 세운 철조망에는 24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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