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권 혈투…새우 싸움에 고래 등 터질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7일 05시 45분


서울과 2-2 무승부를 거둔 대구.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과 2-2 무승부를 거둔 대구.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강등권 싸움, 선두 경쟁에 영향
대구·인천, 갈길 바쁜 서울·제주 ‘발목’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하위권 경쟁이 치열하다. 누구도 격차를 벌리지 못한 채 물고 물리는 경합을 이어가고 있다. 우승 타이틀을 향한 상위권 싸움 못지않게 매 라운드 후끈한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클래식(1부 리그)에서는 최하위(12위)가 다음 시즌 챌린지(2부 리그)로 자동 강등되고, 11위는 챌린지 팀의 플레이오프(PO)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팀과 승강PO를 펼쳐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정규리그 25라운드까지 소화한 가운데, 3개 구단이 강등권 경합을 펼치고 있다. 10위 대구FC(승점24),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20), 12위 광주FC(승점19)가 혼전이다. 공교롭게도 전부 지난 주말 승수를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강호들과 안방대결이었기에 더욱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그래도 대구와 인천은 약간의 소득이 있었다.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와 각각 비기면서 귀중한 승점 1을 얻었다. 특히 대구는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올 시즌 득점왕을 노리는 ‘특급 골잡이’ 데얀에 골을 내주는 등 2실점의 불운 속에서도 끈끈한 저력을 발휘했다. 후반 40분 한희훈의 짜릿한 동점골은 안드레 감독대행의 뚜렷한 팀 컬러가 무엇인지를 확인시킨 장면이었다.

인천도 당당했다. 전북현대와의 주중 24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한 인천은 제주의 막강 화력을 완벽히 봉쇄했다. 무기력하게 허용하던 실점이 없어 훨씬 고무적이었다. 인천 이기형 감독도 “우리의 갈 길이 무엇인지 보여준 경기”라고 호평할 정도로 희망찬 경기력을 과시했다.

제주와 0-0 무승부를 거둔 인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와 0-0 무승부를 거둔 인천.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는 다소 우울했다. 2위를 넘어 1위 전북현대 추격을 멈추지 않는 수원삼성을 상대로 잘 버텼다. 이렇다할 실수도 없었으나 딱 한 번의 집중력 저하가 뼈아프게 작용했다. 후반 39분 조나탄에 시즌 19호 골을 내주며 승점 추가에 실패했다. 결국 인천과 순위가 바뀌며 12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추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광주는 하위권 경쟁 중인 대구, 인천보다 1경기를 덜 치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인한 제주의 요청으로 경기를 미뤘다. 승점을 획득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나 대구, 인천보다 여유롭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클래식 정규리그는 팀당 33라운드씩 진행된다. 이후 스플릿 라운드에서 5경기를 펼쳐 최종 순위를 가린다. 정규리그 종료까지 8∼9경기씩을 남긴 가운데 현실적으로 상위 스플릿(그룹A·1∼6위) 진입은 어렵다. 향후 전승을 거두더라도 지금 1∼6위권 팀들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6위 이내로의 부상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한 가지가 또 있다. 하위 팀들의 승점 경쟁이 상위권 다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대구, 인천에 급제동이 걸린 팀들은 전부 우승 경쟁을 하는 ‘갈길 바쁜’ 상대들이다. 더 이상 전북과 격차가 벌어지면 최종 목표를 우승이 아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으로 수정해야 하는 아픈(?) 상황에 놓일 수 있다. 24경기에서 승점 41을 쌓은 제주가 4위에 머문 가운데 서울도 승점 38로 불안한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하위권 팀들의 충돌이 이뤄질 때 ‘6점짜리 혈투’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상위권과의 승부에서 최대한의 승점을 빼앗아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단다. 실제로 전북도 인천, 광주 등 하위권 팀들과의 대결을 더욱 껄끄러워 한다. 경기력 외적의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묘한 심리적인 영향이 있다. 스스로 확실히 준비됐다고 하지만 (하위권 팀을 만날 땐) 아무래도 정신적인 준비가 소홀해질 수 있다. 항상 이 부분을 경계하고 주지시키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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