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시 교수 “안중근 저격을 테러로 모는건 역사 몰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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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일기 연구한 美 라우시 교수
“부조리한 현실 바꾸려는 행동… 동양평화론은 지금도 큰 울림”

프랭클린 라우시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부정적인 의미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프랭클린 라우시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부정적인 의미로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동양 역사에 관심이 많던 한 미국의 대학생은 우연히 읽은 책에서 이 한 문장을 발견했다. 다른 설명 없이 한국 독립운동사에 대한 이 같은 서술이 전부였다. 몇 년이 지나 종교사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던 이 학생은 독실한 천주교도이자 유교도였던 안중근 의사(1879∼1910)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프랭클린 라우시 미국 랜더대 역사학과 교수(39)는 “평화를 지향한 종교인이자 정의를 구현하려 했던 독립운동가 안 의사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연구 계기를 밝혔다.

라우시 교수는 2010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옥중 자서전인 ‘안응칠 일기’ 등을 영어로 번역하는 등 서구 사회에서 안 의사의 활동을 조명하는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안 의사 숭모희의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찾았다.

라우시 교수는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해 “역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테러리즘은 공포를 조장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 의사는 재판과 옥중일기 등을 통해 동아시아 정세를 왜곡했던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처벌, 그리고 이를 통한 평화 정착 방안을 일관되게 밝혔다.”

라우시 교수는 안 의사가 구한말 다른 종교인들이 비폭력과 교육활동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긴 독특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라우시 교수는 안 의사가 반일 감정이 없었다며 오히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안 의사는 당시 조선을 괴롭히던 일본이라 할지라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와 세계 질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안중근#동양평화론#프랭클린 라우시#일본 극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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