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 나흘 만에 北 미사일 도발… 이래도 ‘대화’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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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오전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새 정부 출범 불과 나흘 만이다. 고도 2000km까지 치솟게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약 700km를 날아갔지만 정상적으로 발사했다면 최대사거리가 5000∼60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버금가는 장거리미사일로 괌은 물론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수 있다.

올 들어 벌써 7번째인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심각한 도전행위’를 규탄하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거듭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 대화 가능성을 말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도발은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이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와중에, 더욱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일에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최대의 압박과 관여’로 공조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또다시 도전장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노르웨이에서 북-미 간 1.5트랙 대화를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미국과)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직후여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과 상관없이 북한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할 뜻임을 재확인했다.

취임 4일 만에 벌어진 북한의 일격에는 대북 압박보다 대화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을 시험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다.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팀 단장인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는 “지난 10년의 대북 강경책은 더 잦은 북한 핵·미사일 실험만 불러왔다”고 비판했지만 북한의 이번 도발을 보면 대화 기조로의 변화를 꾀하는 문재인 정부를 더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든다.

문 대통령은 어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조기 도입 등 우리 군의 방어태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어제처럼 도발할 경우 KAMD의 핵심 요소인 패트리엇(PAC-3)으로는 잡기 어렵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햇볕정책 2’로 요약되는 대북유화 공약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편의적 낙관론(wishful thinking)에 매달리기보다 북한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외교안보 진용을 서둘러 갖춰 북한에 한미 공동의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북핵#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햇볕정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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