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절반이 무직… 생활고에 허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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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중 정규직 16% 불과… 84% “한달 100만원 못벌어”

“부모님한테 알릴 수가 없어 4년째 몰래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유지인(가명·31) 씨는 2013년 하민(가명·4) 군을 출산했다. 하민 군의 아빠는 임신 사실을 듣고 얼마 뒤 유 씨 곁을 떠났다. 유 씨는 가족 몰래 아이를 낳았고 부모님은 아직도 외손자의 존재를 모른다. 임신 당시 마땅한 직업이 없던 유 씨는 4년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유 씨는 “정부 지원금을 합쳐도 아이와 함께 생활하기에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씨(26·경기 성남시)도 2014년 혼자서 딸 미유(가명·3) 양을 낳았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따가운 시선. 유 씨는 “유치원 친구들이 딸에게 ‘너희 아빠 어디 갔냐’고 말했다는 걸 듣고서 깜짝 놀라 유치원을 바꿨다”며 “아이가 상처 받을까 봐 너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싱글맘이 등장하는 게 이제 어색하지 않지만 현실 속 미혼모는 여전히 편견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11일은 이런 미혼모를 위해 한국미혼모가족협회가 정한 ‘싱글맘의 날’이다. 정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과 같은 날이다.

한국여성재단의 ‘양육 미혼모 모자가정 건강지원사업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중 직업이 있다고 답한 건 51%에 불과했다. 이 중 정규직은 약 16%.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10명 중 8명 이상(84%)이 월소득 100만 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자녀가 12세 미만일 경우 월 10만 원, 5세 이하일 경우 15만 원으로 월평균 양육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명순 미혼부모가정지원센터장은 “여전히 사회 인식은 ‘미혼모가 아이를 낳으면 입양 보내면 되지 않나’라는 식”이라며 “미혼가정 자녀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싱글맘의 날#미혼모#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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