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수반에 ‘우산혁명’ 강경진압한 친중파 뽑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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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中반환후 첫 여성수장에 선거인단 대부분 친중파로 구성
민주화세력 “허니문은 없다” 반발

26일 실시된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한 친중(親中)파 캐리 람 전 정무사장(司長·총리 격·60·여)이 압승을 거뒀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여성이 행정수반(행정장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친중파가 다수 포진한 선거인단의 ‘체육관 선거’로 선출돼 홍콩 민주화 진영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홍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람 당선인은 이날 전체 선거인단 1194표 중 777표를 얻어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존 창 전 재정사장(재정장관 격·65)은 범민주계 326표를 포함해 36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창 전 재정사장이 람 당선인을 3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조사됐으나 간선제로 치러진 실제 선거에선 람 당선인이 대승을 거뒀다. 일반 유권자들의 선택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선거인단 1194명(정원은 1200명, 6명은 결원)은 지난해 12월 상공업계, 전문직, 노동·사회·종교계, 정계 등 4개 분야에서 선출했다. 범민주계 선거인단을 뺀 대부분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 선출됐다. 특히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은 지난달 5일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람 후보가 중국이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발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민주세력은 람 당선인의 당선에 대해 “단 하루의 허니문도 허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은 선거 하루 전인 25일 오후 도심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인 1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홍콩 행정장관은 ‘서구의 민주적 가치와 중국 공산당의 지지’라는 상반된 두 가지를 혼합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라며 “람 당선인의 임기 중 홍콩에 주어진 자치기간 50년의 절반을 맞게 돼 민주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람 당선인은 홍콩대 재학 시절인 1978년 좌익 성향의 중학생을 옹호하는 시위에 참가했고, 노동 인권 활동 서클에도 가입했다. 각료 재직 당시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해 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 정무사장에 임명된 뒤 2014년 우산혁명에 참가한 시민 1000여 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 대응해 중국 당국의 신임을 얻었다. ‘철의 여인’ ‘홍콩판 마거릿 대처’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시민들의 지지는 더 낮아졌다고 SCMP는 전했다.

람 당선인의 임기는 홍콩 반환 20주년인 7월 1일 시작된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반환 기념일을 전후해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을 사열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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