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의 탈진 투혼, IBK기업은행을 구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7일 05시 30분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김희진이 코트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김희진이 코트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IBK기업은행은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세트스코어 3-1(16-25 34-32 25-23 25-23)로 역전승했다. 24일 1차전을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던 IBK기업은행은 사지에서 탈출하며 5전3선승제의 승부에서 1승1패 균형을 맞췄다.

극적인 승리 직후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선수들, 응원단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1명의 선수는 기쁨의 자리에 없었다. 주장 김희진(26)이었다. 승리 확정 직후부터 김희진은 허리를 펴지도 못했다. 자리에 설 기력조차 없었고, 결국 몸을 가누지 못했다. IBK기업은행 트레이너들에 의해 업혀서 코트를 빠져나갔다. 모든 체력을 다 쏟고, 승리가 확정되어 안도감이 밀려오자, 급격한 탈진이 온 것이다.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액 주사를 맞았다. 일단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탈진으로 쓰러진 김희진이 구단 관계자에게 업혀가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인천 흥국생명과 화성 IBK기업은행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가 열렸다.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탈진으로 쓰러진 김희진이 구단 관계자에게 업혀가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 감독은 2016~2017시즌을 센터로만 뛰었던 김희진을 이날 2세트부터 라이트로 전환시켰다. 1차전을 내준데 이어 2차전 1세트마저 김미연~리쉘의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며 급격히 무너지자 모험을 건 것이다. 김미연을 빼고, 센터 김희진을 라이트, 라이트 박정아를 레프트로 돌렸다. 센터로는 유미란을 넣었다. 박정아와 리쉘의 리시브가 흔들렸음에도 공격력과 높이를 강화하는 포메이션이었다. 2세트 11-19로 밀릴 때까지만 해도 이 감독은 “힘들겠다”고 내심 내려놓았는데, 이 순간부터 마법처럼 전세가 반전됐다. 세트스코어 34-32 대역전극이 펼쳐지는 동안, 김희진이 7점, 박정아와 리쉘이 8점씩을 올렸다.

기사회생의 2세트를 해내자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체력이 다시 회복되는 듯했다. 반면 흥국생명 선수들은 기세가 주춤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28득점(공격성공률 47.27%), 김수지가 18득점(성공률 41.67%)을 올렸으나 주득점원인 러브(18득점, 성공률 26.23%)가 막혔다. 이 감독은 “(라이트로 전환한 김희진이) 사이드 블로킹에서 러브의 공격을 몇 개 잡아내며 흐름이 바뀌었다”고 평했다.

IBK기업은행 김희진(왼쪽)이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여자부 챔프전 2차전에서 블로킹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이날 센터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탈진 투혼을 보였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IBK기업은행 김희진(왼쪽)이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여자부 챔프전 2차전에서 블로킹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이날 센터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바꾼 그는 탈진 투혼을 보였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후위로 빠지면 서브만 넣고 리베로로 교체되는 센터와 달리, 라이트는 계속 코트에서 뛰어야만 하는 위치다.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에 김희진의 체력 소모는 극한에 다다랐지만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까지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득점은 리쉘(33득점), 박정아(26득점)가 많았지만 다리가 풀릴 정도로 모든 것을 다 쏟은 김희진이 버텨준 덕분에 가능한 반전이었다.

이 감독은 “이제 흥국생명도 체력이 떨어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아쉽다. 장기전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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