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판 접붙이기’ 통해 멸종위기종 인공증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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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종개 생식세포, 미꾸라지 이식… 세계 첫 치어 부화 국내서 성공

국내 연구진이 성체(成體)에 가까운 생물의 이종 간 이식을 통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인공 증식에 성공했다. 마치 다 자란 식물의 가지를 접붙여 이식하듯 ‘동물판 접붙이기’에 성공한 것인데 세계 최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담수어류인 미호종개의 생식줄기세포를 미꾸라지에게 이식해 미호종개 새끼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성체 직전의 상태인 미성체(未成體) 생물의 이종 간 이식으로 증식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다. 기존에 아주 어린 새끼 간에 이종 간 이식이 성공한 경우는 있었지만 거의 다 자란 동물에게 이종 생식세포를 이식해 인공 증식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성체일수록 이종 세포에 대한 거부반응이 크다.

연구진은 미호종개의 생식줄기세포를 초저온(영하 196도)에서 동결 보존하는 법을 개발했다. 맞춤형 동결보호제를 이용해 최장 18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런 뒤 보관해온 생식줄기세포를 불임화한 미꾸라지 미성체에게 이식해 미호종개의 알과 정자를 생산했고, 이들을 수정시켜 총 7576마리의 치어를 얻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멸종위기에 처한 어류의 증식과 복원에 가시적인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호종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한국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유종. 1984년 충북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돼 미호종개란 이름이 붙었으며 수질오염, 하천 개발 등으로 현재 자연에서는 거의 멸종됐다. 몸길이 8∼10cm. 물의 흐름이 느린 맑은 여울에 살며 부착 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로 먹는다.

현재 미호종개 외에 멸종위기 1급 감돌고기, 퉁사리, 2급 열목어 등 3종의 생식소도 종별 맞춤형 동결보호제를 이용해 동결 보존에 성공한 상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동물판 접붙이기#멸종위기종#인공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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