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쪽 난 노량진수산시장, 매출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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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화사업 갈등’ 1년째 계속
상인 255명 “임차료 살인적”… 신시장 입주 않고 구시장서 영업
수협-상인들 소송전도 결론 안나
“20년 다녔는데 단골가게 못찾아”… 손님-관광객 발길 줄어들어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 서로 ‘진짜 노량진수산시장’을 주장하며 다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불거진 갈등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은 구(舊)시장과 신(新)시장으로 나뉘어 운영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 서로 ‘진짜 노량진수산시장’을 주장하며 다른 방향으로 안내하는 입간판이 서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불거진 갈등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은 구(舊)시장과 신(新)시장으로 나뉘어 운영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Which one is real fish market?(어느 쪽이 진짜 수산시장이지?)”

15일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인근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서 배낭을 멘 외국인 관광객 대여섯 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들이 발걸음을 멈춘 건 입구에 걸린 여러 개의 안내판 때문이었다. 모두 영어로 ‘노량진수산시장’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하나는 왼쪽,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이들은 입구가 가까운 구(舊)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3월 신(新)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현대화 사업을 둘러싸고 두 동강 난 노량진수산시장은 1년이 넘도록 봉합되지 않고 있다.

구시장 입구에는 ‘365일 영업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무색하게 ‘철거 예정’이라는 붉은 문구가 어지럽게 쓰여 있었다. 철거 문구를 ‘감히’ 쓰지 못하겠지 하는 마음에 구시장 상인들이 그려 놓은 태극기도 곳곳에 보였다. 수협 측이 걸어 놓은 듯한 ‘식품안전이 보장되는 신시장으로 오세요’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깊은 갈등의 골을 보여주듯 구시장 상인들은 ‘투쟁’ ‘노량진수산시장을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적힌 빨간색 조끼를 입고 장사를 했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과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해 신시장에서 첫 경매를 시작했다. 당시 새 건물로 이주한 상인은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상인 400여 명이 신시장에서 영업 중이다.

그러나 상인 255명은 신시장 입주를 거부한다. 이들은 신시장의 높은 임차료와 좁은 공간을 이유로 들며 구시장에서 버티고 있다. 실제 이날 둘러보니 구시장의 판매대 주변은 여유 공간이 많았지만 신시장은 매장이 따닥따닥 붙어 있어 답답해 보였다. 구시장 상인 최모 씨(54·여)는 “판매 공간은 줄어든 반면 임차료는 두 배 이상 뛰었다”면서 “빚을 지면서까지 신시장으로 들어가느니 차라리 장사를 접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시장이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면서 두 곳 모두 매출이 급감했다.

신식 건물로 잘 꾸며진 겉모습과 달리 이날 신시장은 한산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탓인지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신시장 상인 김모 씨(62)는 “새 건물로 옮기면서 젊은층은 늘었지만 손님이 둘로 나뉘면서 매출이 30∼40% 줄었다”고 말했다. 구시장 상인 김모 씨(56)는 “조업 환경 탓도 있겠지만 1년 동안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 시장 내부 갈등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노량진수산시장 경매 실적은 3036억 원으로 2015년 대비 364억여 원 줄었다.

손님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이모 씨(66)는 “20년 넘게 시장을 다녔는데 자리를 옮겼는지 단골가게를 찾을 수가 없다”며 “갈등 분위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마음이 불편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협과 구시장 상인들 간의 소송도 계속되고 있다. 수협은 지난해 구시장 일부 상인을 상대로 명도소송(明渡訴訟·점유자에게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최근 구시장 점포 6곳에 강제집행 명령을 내렸지만 상인들이 항소하면서 다시 원점이 됐다. ‘맞불작전’으로 수협은 신시장 일부 매장을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45명 모집에 1000명 가깝게 지원했다.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지만 서울시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이 소유한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시가 나설 수 없다”면서 “중재자 역할을 하며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양쪽의 견해차가 너무 커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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