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살리기’ 시중은행도 참여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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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銀 이어 추가자금 지원 추진… 3조 신규지원-2조 출자전환 계획
조건부 정상화 합의 실패땐 워크아웃+법정관리 ‘P플랜’ 개시
일각 “지원 없다더니 말바꿔” 지적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에 시중은행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1조5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사채 보유자도 출자 전환 동참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시중은행, 사채권자들이 손실 분담에 합의하면 대우조선에 3조∼4조 원대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2조 원대 출자 전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부 정상화 방안’이 무산되면 대우조선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섞은 형태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처음으로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 시중은행 포함한 전방위 지원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불러 대우조선의 재무 상태와 도산했을 때의 국가 경제적 손실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과 출자 전환 등이 필요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지원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혈세를 투입해 시중은행의 빚을 갚아주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 원의 자금 지원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은 2015년 7월 10조7376억 원에서 지난해 9월 15조384억 원으로 4조3008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을 회수해 익스포저를 3조9067억 원에서 2조6100억 원으로 줄였다.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2조 원대의 출자 전환도 진행된다. 올해 1월 현재 대우조선에 대한 은행권의 순수 대출은 △산은 1조3000억 원 △수은 1조4000억 원 △시중은행 7000억 원 등 약 3조4000억 원이다. 이 중 무담보 채권에 대해 일정 비율로 출자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회사채와 CP에 대한 출자 전환도 진행된다. 앞서 진행된 현대상선 자금 지원 과정에서 채권금융기관은 60%, 사채권자는 50%의 보유 채권을 출자 전환했다.

시중은행의 손실 부담과 출자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산은, 수은, 시중은행 등 채권단이 3조∼4조 원대 신규 자금을 대우조선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삼정KPMG가 예측한 2021년까지 필요한 유동성 부족분(3조 원 안팎)을 채울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난골, 시드릴 등과 맺은 드릴십 인도 계약이 어그러졌을 때까지 감안해 매우 보수적으로 부족분을 추산했다”고 밝혔다.

○ “대우조선 해법, 차기 정부에 떠넘기지 않겠다”

이해관계자들의 조건부 정상화 합의가 실패하면 대우조선은 ‘P플랜 1호’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P플랜은 금융위원회와 서울회생법원이 함께 추진하는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섞은 형태다. 만약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사전에 신규 자금을 지원받은 뒤 1∼3개월 정도 법정관리를 받는다. 이때 시중은행, 사채권자 등의 채무를 조정한 뒤 워크아웃 상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선주 측에서 “건조자 채무불이행 요건에 해당한다”며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도 수조 원에 달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물어줘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수주잔량 108척의 공정은 대부분 80∼90%다. 우려하는 것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취소되는 계약이 적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시추설비(총 48조 원 규모)에 대해서는 계약 파기 우려가 남아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2015년 10월 4조2000억 원 지원 결정 이후 줄곧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1년 5개월 만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하면서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 추가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여론을 설득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57조 원의 사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지만 1년만 버티면 23조 원이 회수된다”며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현재 유동성을 긁어모으면 4월 회사채를 갚고 다음 정부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무책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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